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지음, 이종인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 철학 사상을 배우면서 들었던 생각은 너무나 이론적이다 였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전혀 도달할 수 없는 도덕적 기준이 요원하게만 느껴졌었다. 그리고 솔직히 어려웠다. 그래서 아직도 철학을 다룬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숙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은 제목에 철학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지만 철학을 다룬 책이 아닐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1장 이타 주의인가, 도덕적 품위인가를 읽으면서 '아 철학 책이구나'하고 느꼈을 때는 그냥 덮을까 싶었다. 하지만 미국 클렘슨 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 토드 메이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철학에서의 도덕적인 삶을 현실에 맞게 해석하려 하고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철학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재미있다.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 주고 있어서 철학적인 개념들을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p.49. 우리 보통 사람들은 백 퍼센트 도덕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없고 또 그렇게 할 의사도 없다.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도덕적인 완성을 '이타 주의'라 칭하며 현실에서는 누구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도덕을 지키며 '그런대로' 도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주장한다. 그런대로 도덕을 지키며 사는 것을'도덕적 품위'라 칭하며 자신의 주장을 들려준다. 그런데 도덕적 품위의 핵심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p.13. 이러한 남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내가 앞으로 '도덕적 품위'라고 부르는 태도의 바탕, 즉 도덕적 핵심이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주된 이야기는 도덕적 품위란 다른 사람들도 살아가야 할 삶이 있음을 인정하고 중요하게 여기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던 저자는 5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분야인 '정치'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쩌면 저자가 앞장들에서 주장한 내용들과 가장 잘 맞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표현할 수 있는 분야가 정치일 것 같다. 그리고 타인과의 타협이 기본이 되는 분야인 만큼 '도덕적 품위'가 가장 필요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정치 상황도 보수와 진보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어서 읽는 내내 우리의 정치 상황을 떠올리게 되었다. 타협의 기술은 없고 극한 대립만이 존재하는.

p.267.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들은 내가 지지하고, 동일시하고, 구현하기 원하는 가치를 드러낸다.

서양의 대표적인 도덕철학에 대해서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완벽하게 이타적인 삶을 살 수는 없지만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실천하는 품위 있는 삶을 꿈꾸게 되어 기뻤다. 이론적인 철학이 아닌 우리 현실에 맞는 도덕철학을 만나볼 수 있어서 즐거웠고 '부록'에서 보여준 저자의 위트가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