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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 블랙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0년 8월
평점 :
<프라이데이
블랙>은 12편의 단편 작품들을 담은 단편 소설집이다. 출간 전 가제본으로 4편의 단편
작품을 먼저
만나보았다. 4편의 작품들만으로도 작가 나나 크와메 아제 -
브레냐의 펜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미래 사회를 빌려서 현재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멋진 작품들이었다. 나머지 8편의 작품들도 꼭 만나봐야겠다.
매력적인 풍자와 위트가 흩어져있어서 작품을 다 읽을 때까지는 한 눈을 팔 수 없었다.
「핀컬스틴의
5인」에는 흑인에 가까운 정도를 나타내는 '흑색도'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무언가 미래 사회 같지만 일어난 사건을
보면 전혀 미래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흑색도를 조절하며 면접을 준비하면서 '핀컬스틴의 5인'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을
들려주며 전개된다. 우리 사회의 너무나 끔찍한 민낯을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약자들의 아픔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강자들의 패악이 무섭기까지
하다.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진 사회를 살아간다. 주인공 소년 벤은 '유쾌' 주사를 맞아야 주류에서 하루를 버틸 수
있다. 점점 그 의존도가 커지면서 결국 '땅바라기'라 불리는 낙오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 무리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람다움을 처음으로
느끼게된다. 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미래 계급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아니 지금 우리 사회를 그려내고 있는 슬픈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지머랜드」에서
작가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악인 살인을 다룬다.「핀컬스틴의
5인」에서는 법으로도
막지 못하는 강한 악을 보여주고,「그 시대」에서는
악한 강자를 유전적으로 탄생시키더니 드디어 이 작품에서는 살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제이는 하루에도 여러 번 죽는다. 정확하게는
살해당한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시뮬레이션 테마파크. 가상이지만 사람들은 반복해서 참여하며 살인과 정의를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살인을 선택하고 있는 듯하다. 그 혼란을 어린이들에게도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경영진의 욕심을 막아 낼 수
있을까?
「프라이데이
블랙」에는 네 작품 중에
가장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이다. 악의 강도가 약간 떨어지는 자본주의 속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은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소유욕이 만들어낸 인간성 상실의 모습은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