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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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잠을 잔다 는 문장으로 시작한 C.J.튜더의 장편소설 『디 아더 피플』은 많은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잠을 자고 있는 소녀를 돌보고 있는 미리엄, 딸과 아내를 잃고 딸을 찾아 캠핑카로 도로를 헤매는 게이브, 게이브가 들르는 카페의 종업원 케이티 그리고 딸 앨리스와 함께 무언가로부터 도주 중인 프랜의 시선까지.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도입부는 조금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놀라울 정도로 입체감을 가지게 된다. 그 입체감은 이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다양한 관점은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어 좋았다.

 

입체적인 등장인물들 중에서 평면적인 인물이 있다면 움직일 수 없어서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 '이사벨라'이다. 그런데 이 소녀는 이야기를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판타지 스릴러를 만나게 해준다. 어쩌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딸을 찾아 헤매는 게이브도, 딸을 지키려는 프랜도 아닌듯하다.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 이사벨라와 그 소녀와 거울을 통해 소통하는 '이지'인것 같았다.

 

인과응보, 업보. 이 소설의 전반에 걸쳐 생각하게 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 두 소녀의 불행은 업보와도 인과응보와도 거리가 멀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한 죗값은 받아서 마땅하다. 하지만 죄를 지은 주위 사람에게 그 죄를 묻는다는 건 그저 또 다른 죄를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 같다. 이처럼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흔치않은 스릴러이다. 생각하게 하는 서스펜스 스릴러. 왜?라는 의문을, 올바른 정의 실현에 대한 의문을 끝 페이지까지 품게 하는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이다.

 

관련 없어 보이던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어느 한 접점에서 모이고 작은 이야기들은 커다란 흐름을 가진 이야기로 탄생한다. 작가가 숨겨둔 접점은 무엇일까? 그 접점에 다가선 이들과 그 접점 안에 머물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깨진 거울의 작은 파편들이 모여서 커다란 거울을 만들어낸듯한 소설이다. 작은 파편 속에서 편협하게 보이던 세상이 커다란 거울 속에서 용서와 관용의 따뜻한 세상으로 보이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불행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직도 설마 내게도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기 바란다. 그리고 불행이 주는 커다란 아픔과 깊은 슬픔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복수라는 길을 선택해야 할지 용서라는 길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작품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업보, 인과응보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무언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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