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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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 말 그대로 가축이나 탈것이 아닌 '생명체'와의 교감이었다.

MBC 방송국 시사교양 PD 김현기의 <휴머니멀>을 만나보았다. 2020년 초 MBC에서 방영했던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서 보여주지 못했던 심상들을 차분한 글로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갈증에서 시작되었다는 다큐멘터리「휴머니멀」은 2018년 12월부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대륙 10개국을 넘나들며 담아낸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게는 존중되어야 할 그들만의 삶이 있다. 그런데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동물들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잔인한 동물이 있다. 바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잔인한 동물 인간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동물들을 대하는 인간들의 잔인함이 기저 놀랍기만 했다.

동남아 여행에서 탔었던 코끼리의 진실을 알았고, 아이와 함께 신기해하며 즐겼었던 돌고래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다시 또 아쿠아리움을 찾았을 테지만 이제 동물원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눈'을 바라볼 자신이 없다. 인간들에 의해 자신들의 삶을 빼앗겨버린 동물들의 자포자기한듯한 흐릿한 눈동자는 '진짜' 그들의 눈이 아니다. 인간의 잔인함이 만들어낸 슬픔이고 아픔이다.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꾼의 잔인함은 얼굴 없는 코끼리 사체를 만들었고, 코뿔소의 뿔을 얻기 위해 남획한 나머지 이제 북부흰코뿔소는 지구상에 단 2마리 남았다고 한다. 우리들 인간은 얼마나 더 잔인해질 수 있을까? 아직도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잔인함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너무나 슬펐다. 세계 각지의 수족관에 팔기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돌고래를 잡는 일본인들처럼.

가장 가슴 떨렸던 만남은 '트로피 헌터'들과의 만남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만큼이나 그들의 생각도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그들의 잔인함에 가슴이 떨렸고, 그들의 당당함에 치가 떨렸다. 자신들의 행동이 동물을 보호하는 다른 방법이라는 괘변을 늘어놓는다. 그저 그들은 생명의 존엄성보다 순간의 쾌락을 선택한 야만인일 뿐이다. 집안 거실을 동물 박제로 가득 채운 트로피 헌터들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p.224. 그래서 전 이들이 모든 걸 잊고 다시 완벽하게 야생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저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는다고 해도요.

보츠와나, 짐바브웨, 케냐, 남아공에서 태국, 일본,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에 이르는 지구 다섯 바퀴의 대장정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거기에 대장정을 함께 했던 유명 배우들(박신혜, 유해진, 류승룡)의 느낌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슬픈 이야기를,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책이다. 영상으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깊이의 느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꼭 알아야 할, 느껴보아야 할 생명의 소중함을 대자연의 '진짜' 생명들을 통해서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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