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기사 로드리고와 꼬마둥이
미하엘 엔데.빌란트 프로인트 지음, 레기나 켄 그림, 김인순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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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한 책<약탈 기사 로드리고와 꼬마둥이>를 만나보았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죽기 전 3장까지 집필한 이야기를 25년이라는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독일의 아동 문학 작가 빌란트 프로인트가 완성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두 작가가 썼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물론 번역을 통해서 만나본 것인 까닭도 있겠지만 빌란트 프로인트가 미하엘 엔데의 작품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집필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 같았다. 처음부터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문장은 끝까지 이어진다.

이야기는 긴장감과 안도감을 반복하면서 전개된다. '악'이 무엇인지 몰라 '두려움'이 없는 유쾌한 사고뭉치 꼬마둥이는 악명 높은 약탈 기사 로드리고의 시동이 되기 위해 그를 찾는다. 그런데 이 약탈 기사 무섭기는커녕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럽다. 모자란듯한 약탈 기사는 꼬마둥이를 전율의 성에서 쫓아낼 속셈으로 지극히 위험한 범죄를 저지르면 시동으로 받아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허무맹랑한 조건이 이야기를 재미나게 또 흥미롭게 끌고 간다. 꼬마둥이는 어떤 범죄를 저지를까?

정말 어처구니없는 범죄를 통해서 플립 공주와 친구가 된 꼬마둥이의 모험은 공주와 함께 시작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기사 로드리고는 꼬마둥이의 엄마, 아빠와 꼬마둥이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서로 다른 모험을 떠난 두 주인공은 칼리안 왕의 궁에서 재회하게 된다. 재회와 동시에 궁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들은 탈출하게 될까? 그런데 까칠한 공주 플립은 왜 같이 갇히게 된 걸까?

 

재미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마법 같은 책이다. 아마도 궁정 마법사 라바누스 로쿠스가 등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기사로서는 어설펐던 로드리고가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던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술술 읽히는 마법이 걸린 책처럼 정말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거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그림은 덤으로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기사가 나오고 공주가 나오고 성이 나오면 등장하는 동물이 하나 있다. 이 책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입에서 불을 뿜는 용. 그런데 서양의 용은 동양의 용보다는 지능이 떨어지는 듯하다. 인형극에 놀라 도망가는 용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미소 짓게 만든다. 웬만한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앵무새 소크라테스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읽는 내내 옅은 미소를 품어야 읽을 수 있는 신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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