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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알고 있다 ㅣ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평점 :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20/06/09/21/mhyang73_0869399618.jpg)
요시다 슈이치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 <숲은
알고 있다>를 만나보았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작가는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한 일본의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이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아 일본 문단을 이끌어 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워터 게임」과 함께 '다카노 시리즈'를 이루는데 후지와라 다쓰야, 한효주, 변요한 주연의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로 제작될 만큼 인기 있는 시리즈의 한
축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나머지 두 소설의 프리퀄이라 한다. 한 스파이 요원의 성장사를 통해서 두 소설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과거와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소년들이 꾸물꾸물
기어갔다.(p.7) 소설은 샤워장에 난 작은 구멍으로 여자들을 훔쳐보려는 호기심 많은 '악동'들의 등장으로 재미나게 시작된다.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살고 있는 열일곱 살 두 소년의 삶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유쾌함보다는
불안감이 찾아든다. 어쩌면 두 소년 다카노와
야나기는
악동이 아니라 '악당'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p.115.
이런 걸 순진무구하다고 표현할 테지만, 예를 들어"죽어"라고
하면 정말로 눈앞에서 죽어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도 느껴졌다.
산업 스파이라는
불안한 삶을 버리고 누군가의 돌봄이 꼭 필요한 동생 간타와 함께 탈출을 꿈꾸는 야나기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하는 동안 두 소년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열여덟
살이 된다.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아직 인생이 걸린 커다란 문제를 결정하기에는 어린 나이일 것 같다. 하지만 두 소년은 결정해야만 한다. 탈출을
꿈꾸는 야나기와 친구 다카노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소설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회소설의
성격을 더하고 있는 듯했다. 두 소년은 외딴섬에서 조직에 의해 스파이로
길러진 것이다. 아픔을 가진 어린 소년들을 타고난 존재를 지우고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 스파이로 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소년들의 어린 시절은 지워야 할
만큼 끔찍하다.
그렇다고 어린아이들의 자유를 빼앗고 자신들의 목적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이들 조직을 취재하던 기자 가자마가 조직원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p.65.
"예전에 어떤 사람이 말했어. 단 하루
만이면 살아갈 수 있다고. 앞일 따윈 생각할 필요 없다고.
그냥 단 하루만. 그걸 매일 반복하면
된다고."
두 소설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다카노와 흥미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어린 다카노를 키워주었던 후미코, 또 다카노의
첫사랑이 될 것 같은 소녀
시오리 등 많은 인연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시오리 역할이 한효주일까? 또 이야기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속초항이 영화에도 등장할까? 나머지 두
소설의 내용만큼이나 영화도 궁금하다.
수도법 개정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두고 펼쳐지는 스파이들의 활약이 정말 재미있다. 정보를 뺏고 지키기 위한 그들의
첩보전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그런데 나 자신 외에는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던가.
이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등장인물들
중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사람의 배신을 접하게 되는 놀라운 반전에 조금 덜 놀라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