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알고 있다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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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 <숲은 알고 있다>를 만나보았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작가는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한 일본의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이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아 일본 문단을 이끌어 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워터 게임」과 함께 '다카노 시리즈'를 이루는데 후지와라 다쓰야, 한효주, 변요한 주연의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로 제작될 만큼 인기 있는 시리즈의 한 축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나머지 두 소설의 프리퀄이라 한다.  한 스파이 요원의 성장사를 통해서 두 소설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과거와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소년들이 꾸물꾸물 기어갔다.(p.7) 소설은 샤워장에 난 작은 구멍으로 여자들을 훔쳐보려는 호기심 많은 '악동'들의 등장으로 재미나게 시작된다.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살고 있는 열일곱 살 두 소년의 삶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유쾌함보다는 불안감이 찾아든다. 어쩌면 두 소년 다카노야나기는 악동이 아니라 '악당'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p.115. 이런 걸 순진무구하다고 표현할 테지만, 예를 들어"죽어"라고 하면 정말로 눈앞에서 죽어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도 느껴졌다.

 

산업 스파이라는 불안한 삶을 버리고 누군가의 돌봄이 꼭 필요한 동생 간타와 함께 탈출을 꿈꾸는 야나기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하는 동안 두 소년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열여덟 살이 된다.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아직 인생이 걸린 커다란 문제를 결정하기에는 어린 나이일 것 같다. 하지만 두 소년은 결정해야만 한다. 탈출을 꿈꾸는 야나기와 친구 다카노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소설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회소설의 성격을 더하고 있는 듯했다. 두 소년은 외딴섬에서 조직에 의해 스파이로 길러진 것이다. 아픔을 가진 어린 소년들을 타고난 존재를 지우고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 스파이로 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소년들의 어린 시절은 지워야 만큼 끔찍하다. 그렇다고 어린아이들의 자유를 빼앗고 자신들의 목적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이들 조직을 취재하던 기자 가자마가 조직원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p.65. "예전에 어떤 사람이 말했어. 단 하루 만이면 살아갈 수 있다고. 앞일 따윈 생각할 필요 없다고. 그냥 단 하루만. 그걸 매일 반복하면 된다고."

 

두 소설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다카노와 흥미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어린 다카노를 키워주었던 후미코, 또 다카노의 첫사랑이 될 것 같은 소녀 시오리 등 많은 인연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시오리 역할이 한효주일까?  또 이야기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속초항이 영화에도 등장할까? 나머지 두 소설의 내용만큼이나 영화도 궁금하다.

 

수도법 개정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두고 펼쳐지는 스파이들의 활약이 정말 재미있다. 정보를 뺏고 지키기 위한 그들의 첩보전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그런데 나 자신 외에는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던가. 이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등장인물들 중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사람의 배신을 접하게 되는 놀라운 반전에 조금 덜 놀라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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