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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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다룬 책은 참 많다. 인문서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미스터리한 천재의 삶에 작가들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까닭일 것이다. 화학 박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마르코 말발디<인간의 척도>는 작가의 특이한 이력보다 더 특색 있는 책이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는듯한 색다른 느낌을 주는 특별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5세기 밀라노이다. 피렌체를 떠나 밀라노의 실질적인 권력자의 후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레오나르도가 주인공이다. 천재적인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는 루도비코의 의뢰로 기마상을 제작 중이다. 하지만 그는 밀라노의 실질적인 군주 루도비코의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이 많다. 고단한 일상을 보내던 레오나르도는 또 다른 일을 맡게 된다. 궁정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사인에 대해 조사하라는 루도비코의 명령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쇄업자이자 화가였던 람발도 리치의 사인은 무엇일까? 모든 미스터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300여 페이지의 다양한 재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밀라노의 군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암투와 점성술과 과학의 대결,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레오나르도 그리고 불륜, 사랑 이야기까지 정말 쉴 없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책의 시작 부분에 담긴 스포르차 가문의 가계도와 등장인물들의 소개는 고전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품게 한다. 고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말 긴 이름(p.82.에르콜레 마시밀리아노 스포르차)과 복잡한 가계도에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시작부터 보여주는 트릭이다. 지루하고 난해한 고전과는 거리가 먼 정말 유쾌한 소설이다. 가계도와 등장인물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그 부분은 스킵 해도 좋을 듯하다.

레오나르도가 들려주는 살인 사건의 전말은 그가 맡은 비밀 임무만큼이나 놀라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볼 수 있었던 대화체가 인상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코뮌 공작의 레오나르도 노트 훔치기 작전이었다. 두 명의 좀도둑을 고용해서 천재의 아이디어들이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트를 훔치려 한 것인데 전혀 가망성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너무나 큰일을 의뢰한 자체가 코미디였다.

p.97.어쨌든 앞에서 말했듯이 베르곤치오 보타는 소심한 남자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새가슴이었다. 

위트 있는 재미난 문장이 주는 즐거움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함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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