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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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여자들한텐 결코 30분의 시간도 없어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 말예요."

비극적인 죽음이 등장하면 자주 언급되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만나본다. <자기만의 방>페미니스트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버지니아 울프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강연한 연설문을 바탕으로한 에세이이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소설같은 글이다.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더 가까운듯한 느낌을 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책에 담긴 내용이 낯선 탓인듯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한 여성은 담담하게 진실을 찾아나선다.

p.42. 어디에 진실이 있을까?

여성이 찾으려는 진실은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실현되지 못한 남성과 여성의 평등에 관한 것이다. 평등이라는 말은 참 거북한 단어이다. 불평등이 너무나 퍼져있기에 사회 여러분야에서 소수자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등장하는 까닭에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런 불평등이 너무나 심했던 시절을 살면서 정면으로 남성과 여성의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있게 말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저 남성의 배경으로 서있어야하는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방'을 선물하려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p.57. 여자들은 수세기 내내, 남자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배로 비춰 주는 달콤한 마술의 힘을 지닌 거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제목 없이 작가가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한 장씩 자연스럽게 넘어가고있다. 많은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들려주고 싶어서인지 의미가 압축된 듯한 글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 있는 깊은 의미를 조금씩 곱씹으며 천천히 읽는다면 이 책이 왜 페미니즘의 고전인지, 버지니아 울프가 왜 페미니스트를 대표하는 작가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제는 어둡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표현한 문장들은 간결하지만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있다. 세상을 보는 눈은 여리고 흐릿하지만 세상에 던지는 메세지는 힘차고 뚜렷하다.

새움출판사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생각하는 친절함이다.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의 토대를 제공하여준다. 이 책에도 <자기만의 방>이라는 작품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각주'를 본문에 포함하고 있다. 거기에 역자 후기, 버지니아 울프 연보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글을 더해주고 있어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카프카는 '책은 도끼다'라는 말로 독서를 통해서 사회적인 편견이나 우리 자신이 가진 편견을 버릴 것을 바랐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 주위의 '거울'을 깰수 있을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가 100여년 전에 바라던 세상이 이제 곧 실현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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