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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평점 :
여섯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긴 책<나의
- 할머니에게>를 만나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섯 명의 작가들은 '할머니'라는 공통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역시 뛰어난 이야기꾼들인지라 여섯 작가들은 공통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각자 특색 있는 자신만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할머니'를 그려내고 특별한 색으로 채색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있다. 그들이 선택한 색은 어떤 색일까? 또 그들이 보여주고 싶었던 색은 세상에
어떤 의미일까? 그들이 말하려고 했던 색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보여준 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윤성희의
「어제 꾼
꿈」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슬픔의 빛깔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여동생의 손녀와 함께한 소원비는 놀이에서 주인공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빌었어"라고 말한다. 나이로는 할머니이지만 할머니가 될 수 없었던 주인공의 삶이 안타까웠다.
백수린의 「흑설탕
캔디」속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할머니의 삶을 살고 있어서 더욱 공감하며 만날 수 있었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수시로 바꾸며 살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자신의 자유로운 삶보다는 자식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고 있을 우리들의 할머니를 보는 듯해서 애잔했다.
강화길의「선베드」속
할머니는 '나'의 어머니 역할을 대신해 준 '나'의 편이다. 그런 할머니가 알츠하이머에 침몰해버려 기억을 잃었다. 삶의 끝자락에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동안의 삶의 빛깔은 사라지고 말 것 같다. 화려했던 색들은 모두 지워지고 아무런 색도 없는 공허만이 남게 된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손보미의「위대한
유산」속 할머니는 넓은 집에서 '나'의 유년시절을 함께한 존재이다. 한집에 살았던 네 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함께 살았다고 해서 다 가족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이야기이다. 가족의 의미를, 가족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조금은 난해한 작품이었다.
최은미의「11월행」은 할머니,
딸, 손녀딸 삼대가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야기이다. 세 명의 여자들이 떠난 여행인데 엄마도 두 명, 딸도 두 명이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딸이
자신의 엄마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에 11월이 있고 내용에 사찰이 나와서인지 은행잎 빛깔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아몬드」로
너무나 친숙한 작가 손원평의「아리아드네
정원」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고령화사회가 만들어낼 미래에 살고 있다. 지금보다 더 외롭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할머니들.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한 작가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듯한 작품이다. 미래에 닥칠 다양한 사회 문제 속에 살아야 하는 개인의
심리를 짧은 이야기 속에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여섯 명의
작가들이 그려낸 세상 속 할머니의 모습도, 현실 속 할머니의 모습도 그리 밝은 색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할머님께서 주신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는 우리들의 빛깔은 밝은 색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할머니들의 삶이 헛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