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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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8. 삶은 엉터리고 대부분 실망스러운 노 굿이니까 사람들은 오케이컷들만 모여 있는 영화를 보러 간다.

p.205. "우리의 삶이 영화 같을 줄 알았는데……오케이는 적고 엔지만 많다. 편집해버리고 싶은 순간투성이야."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GV 빌런 고태경>을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낯설어 검색을 통해 알아보아야 했다. GV (Guest Vist)란 영화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뜻한다고 한다. 고태경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빌런'이라는 단어가 악역을 뜻하지만 요즘은 '덕후'에 가까운 의미로 쓰이고 있듯이 고태경이라는 인물도 전형적인 악인은 아니다. 영화라는 한 가지에 열정을 쏟아붓는 의지의 'GV 빌런'이다.

 

이야기는 자신의 첫 독립 장편영화 <원 찬스>의 처참한 성적과 함께 비참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조 혜나 감독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관객에게 사랑받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주인공 '나' 혜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런 주인공 앞에 우연히 등장하는 고태경. 그를 통해서 GV 빌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실행에 옮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영화판에 뛰어들게 만든 작품<초록 사과>의 조감독이었던 고태경을 설득해야 했다.

 

너무나 유명한 영화의 조감독이었던 사람이 왜 '관객과의 대화'를 전전하며 악역을 자처하고 있을까? 아마도 한때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넘쳐났을 사람이 왜 잊혀진 것일까? 영화에 대한 열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같이 졸업 영화를 만들었던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혜나는 고태경의 열정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과 멀어진 고태경의 열정이 자신의 열정의 끝을 보는 듯해서 불안하다. 고태경이라는 인물에 다가갈수록 자신과 겹쳐지는 모습들에 당황하면서도 고태경이라는 인물에 빠져든 주인공 혜나는 처음 제작 의도와는 다른 방향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p.116. 나는 고태경과 나를 동일시하는 동시에 고태경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


주인공 혜나가 버리지 못하고 간직한 영화에 대한 열정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가는 열정은 고태경과 주인공 조혜나의 현실을 통해서 힘겹게 그려지고 있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작가 정대건이 우리들의 꿈을, 열정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p.138. "진짜 부끄러운 건 기회 앞에서 도망치는 거야."

영화감독 지망생의 삶을 접해본다는 호기심과 개성 있는 인물들의 특별한 삶을 만날 수 있다는 재미가 더해져서 가독성을 배가 시키고 있다. 또 주인공 혜나를 둘러싼 인물들의 삶과 고태경 주변의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신구 세대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를 주고 있다. 특히 조혜나의 사랑과 고태경의 사랑이 비교되면서 진정한 '사랑'의 깊이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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