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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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스웨덴 범죄소설상, 2019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을 수상한 작품<실버 로드>를 만나보았다. 스웨덴 출신으로 지금은 미국에 살면서 고향을 무대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스티나 약손의 작품이다. 데뷔작으로 의미 있는 큰상을 수상할 만큼 노르딕 서스펜스의 주목받는 작가의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p.9. 숲과 호수 위에 걸린 빛이 그를 찌르고 태우고 찢었다.

소설은 처음부터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배경은 북유럽의 한 작은 마을이다. 아름다운 오로라와 신비한 백야(白夜)가 떠오르는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북유럽의 숲이 작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심리 표현도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보다는 주변 환경의 묘사를 통해서 심리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놓치고 싶은 문장이 없었다. 아름다운 숲속 '실버 로드'에서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사랑이 시작부터 끝까지 안타까운 눈물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실종된 딸을 찾아 3년째 실버 로드를 수색하고 있는 놀라운 아버지 렐레와 어머니 실리에 와 함께 숲속 마을로 들어온 십 대 소녀 메야가 끌어간다. 두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다가 결말쯤 자연스럽게 접점을 보인다. 가족의 사랑을 잃어버린 아버지와 가족의 사랑을 갈구하는 십 대 소녀의 이야기는 양쪽 모두 처절할 정도로 안쓰럽다. 딸의 출생과 함께 끊었던 담배를 물고 매일 밤 실버 로드 주변 숲을 수색하는 렐레는 자신의 수업에 들어오는 메야에게서 딸 리나의 모습을 본다. 그래도 자신의 딸 리나는 아니다. 아버지 렐레는 오늘도 수색에 나설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스토리로 가득 찬 작품이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상황 묘사가 흥미로운 스토리에 속도감을 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좋았던 점은 말도 안 되는 잔혹한 사건의 마무리를 여성들이 한다는 점이다. 아무도 모르는 지하 벙커에 갇힌 소녀 한나의 강한 의지, 한나를 도우려는 나선 무모하리만큼 용감한 메야, 그리고 모든 사건의 결말을 지은 또 한 명의 여성. 안타까운 사건의 피해자들은 십 대 여성이었지만 말도 안 되는 사건을 저지른 남성들을 응징한 것도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문장이 주는 아버지 렐레에 대한 안도감도 좋았다.

p.391.수색은 끝났다.

 

메야의 혼자 서는 모습이 자랑스러웠고, 딸 리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렐레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지하 벙커의 주인을 찾아 추리하는 나만의 시간은 서스펜스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서지 못한 나약한 엄마 실리에를 뛰어넘은 메야의 성장 이야기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이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보이지 않지만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끊임없는 긴장감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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