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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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철학은 당대와 이전 시대의 문화의 산물이면서, 다음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업적에 결정적인 형성적 영향력이다.

p.23. 엄격하게 이해할 때 철학사는 건설적인 철학자에게 꼭 필요한 재료를 제공하는 과거의 철학적 통찰의 저장소이다.

철학을 좋아해서 가끔 철학 책을 접하지만 늘 극히 작은 부분만 보는 듯해서 철학 전반에 관해 알고 싶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그래서 철학 책은 읽을 때는 늘 즐거웠지만 읽고 난 후에는 아쉬움도 함께 찾아왔다. 그런 아쉬움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며칠 동안 읽어야 했을 만큼 고생했지만 그래도 철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틸리 서양철학사>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평생을 철학 교수로 재직했던 프랭크 틸리가 1914년에 쓴 책으로 20세기 전반에 걸쳐 미국의 대학교에서 철학과 역사학 분야 교과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00여 년 전에 출판되었고, 대학교의 교과서로 사용된 책이지만 분량에 비해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철학과 함께 그 철학이 나타나게 된 배경도 설명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철학에 대한 흥미와 역사에 대한 흥미가 더해져 이 책을 읽는 흥미를 배가 시킨 것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철학사를 다룬 만큼 철학 사상이 역사에 등장한 순서대로 제1부 그리스 철학, 제2부 중세 철학 그리고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제3부 근대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문화의 암흑기라는 중세 철학을 역사와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금언 "이해하기 위하여 믿으라."(p.234)는 어떤 의미일까? 철학은 신학의 시녀가 되었다.(p.216)고 말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속뜻은 무엇일까?

저자는「서론」에서 철학의 의미와 철학사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소피스트 이전의 철학을 시작으로 실용주의, 실증주의, 분석철학까지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서론에서 밝혔듯이 남겨진 문헌을 바탕으로 당시의 사회 상황과 연결해서 철학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극히 객관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정성을 느낄 수 있는 까닭도 저자가 문헌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즉 증거가 있는 사실만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과학과 철학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과학은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 기존의 이론은 사라지지만 철학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을 천재적인 한 개인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속에서 나타나게 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구의 결과물이 이 책<틸리 서양철학사>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과 생각을 다루는 다양한 철학 사상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고 철학사의 흐름을 단번에 만나볼 수 있어서 철학이 가진 매력을 다시 한번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철학에 대해 무지를 깨뜨리고 싶은 이들이라면 무조건 만나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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