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자연 -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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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5. 모델생물은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는 플랫폼이다.

생물학자들은 자기들끼리 만나는 장소에서 "저는 유전학을 연구합니다."라고 소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초파리'로 행동유전학을 연구합니다."라고 소개한다고 저자 김우재가 귀띔해 준다. 왜일까? 그만큼 생물학에서는 연구에 사용되는 생물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어떤 생물들이 생물학 연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까? 초파리 유전학자인 저자 김우제가 <선택된 자연 -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를 통해서 '선택된 생물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바로 그 선택된 생물들이 '모델생물'이다.

생물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생물'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연구하고 싶은 생물학적 현상이 무엇인가, 해당 생물을 통한 연구가 얼마나 수월한가라고 한다. 그렇게 선택된 생물들중 26종의 모델생물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대장균, 효모, 애기장대, 옥수수, 군소, 개, 닭, 돼지 그리고 집쥐, 생쥐, 모기까지 정말 다양한 생물들이 포함된 모델생물에 대한 역사를 읽다 보면 생물학, 유전학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이 자신들을 왜 그렇게 소개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장류 연구로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학자는 아마도 제인 구달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하기 2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긴지라는 일본 과학자가 있다고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아직도 그곳에는 일본 영장류 연구팀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들의 연구 결과가 왜 묻혀있는지 분석해 준다. 왜 일본의 연구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고 있을까? 복제 양 돌리는 왜 지저분한 고소, 고발의 중심에 서있을까? 인류에 비극을 안겨주었던 우생학은 어떻게 사그라들었을까? 드라마나 영화 속 연구실에 있는 쥐는 집쥐일까? 생쥐일까? 생물학과 관련된 다양하고 많은 지식들과 함께 재미난 상식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 책이 가진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점은 과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에 대한,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과학자로서 바라본 사회의 부조리를 언급하고, 과학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좋았다. 그런데 그 부분이 이야기의 흐름을 끝는 듯한, 앞뒤 단락이 어색하게 연결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그건 아마도 서두에서 저자가 언급했던 이 책의 시작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의 시작이 월간 잡지「과학과 기술」에 한 달에 한 번 썼던 글이라고 하니 단락단락 끊어진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p.257.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호기심은 연구비 없이는 유지 될 수 없다.

생물학이 의생명과학이라는 의학에 종속된 분야로 변형되면서, 모델생물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간'과의 유사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비는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한다. 과학계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들려준 저자는 외계인이 인간이 번성한 두 가지 이유로 기술과 인본주의를 꼽을 것이라 말한다. '과학적 인본주의'를 들려주면서 과학과 사회의 연결, 소통을 이야기한다. 생물학,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간, 사회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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