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삶과 이야기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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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1. 하지만 여러분에게 닥친 그 어떤 것도 정말로 나쁜 것은 없습니다. …(중략)…여러분에게 닥친 나쁜 일은 몯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요,가능성입니다.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이지요. 성숙은 지상 모든 존재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p.185. 성숙할수록, 발전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겁니다. 다만, 바란다고 해서 얻는 게 아니라 준비가 되었을 때 얻을 것입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Kubler-Ross)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할 만큼 뛰어난 인물이다. 심리학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접하게 되는 '분노의 5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를 처음 발표한 정신과 의사이다.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은 죽음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았던 저자가 펼친 강연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1980년대 네 번의 강연을 현장감 있게 청중의 웃음도 지문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장감 있는 전개가 마치 강연회에서 직접 저자를 만나 저자의 명강연을 듣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첫 번째 강연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의사로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들려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이들과의 올바른 소통 방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네 개의 사분면(신체, 지성, 직감, 정서)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몇 안 되는 이론 중 하나이다. 세계적인 권위자였지만 그의 강연에는 '어려움'보다는 '편안함'이, '낯설음'보다는 '친숙함'이 있어서 좋았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강연에서는 의학을 공부한 과학자로서는 다소 색다른 주장을 펼친다. 지성보다는 직감에 보다 충실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 자신도 비논리적이라 말하면서도 '직감'의 중요성을 말한다. 네 번째 강연에서는 신을 부정했던 자신의 경험담과 누구에게나 있는 악한 감정 히틀러를 불러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네 번의 강연에서 저자는 공통적인 사례로 죽음을 어른들보다 더 잘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말 못 하는 아이들과도 그림을 통해서 '진실한 소통'을 했던 저자의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준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니 눈시울 적실 줄은 알았지만 어린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 이야기 앞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가 보여준 사례들은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진정한 '애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작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저자는 모든 어린이들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어른이 돼서도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p.91. 진정으로 사는 사람들은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풀지 못한 한이나 이룰 수 없는 바람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p.149. 죽음은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거든요.

 

p.199.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우리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실보다 훨씬 더한 고통-은 사랑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느끼는 아픔입니다.

 

p.214. 애도 작업이란 마무리 짓지 못한 일입니다. 두려움이자 수치심이자 죄책감이며, 모든 부자연스러운 감정과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다 합친 것입니다.

 

감동적인 시(詩)가 등장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죽음보다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자세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아름다운 책이다. 죽음의 순간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이 아니라 편안하게 죽음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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