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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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75. 만약 이 책에서 내가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일 것이다.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

p.347.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라. 낯선 사람의 세상을 살펴보라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은 언제나 긴장이 함께한다. 그 긴장은 상대방의 말이나 표정을 통해서 완화될 수도 있고 심화될 수도 있다. 이때 우리가 믿는 것은 상대방이 보이는 태도이다. 즉 첫인상이다. 하지만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의 됨됨이를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이 책<타인의 해석>은 그런 어려움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철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타임」'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월스트리트저널」'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10인'에 선정된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이다. 발표한 여섯 권의 책 모두「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 올린 최고의 경영저술가이다. 그런 저자의 6년 만의 신작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질까?에 대한 답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은 텍사스의 작은 도시에서 경찰 브라이언 엔시니아가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세우고 나눈 대화로 시작된다. 둘의 대화 내용이 너무나 거북하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찰을 만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블랜드는 체포되어 수감되었고 사흘 뒤 유치장에서 자살한다. 정말 사소한 사건 하나가 너무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타인의 해석>을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결말에서 엔시니아는 "그 여자는 경찰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라고 말한다. 왜 이렇게 말하는 걸까? 마지막 문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p.204. 감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감정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470여 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좀 되는 책이지만 책을 잡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읽기 시작하면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저자의 명쾌한 문장들이 편안함을 주고, 다양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내용들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p.255. 알코올은 억제된 것을 드러내는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변형하는 물질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은 사람이 그림을 왜 다르게 그렸을까?


1부에서는 거짓말이 내포하고 있는 두 가지 수수께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재미나다. 미국과 쿠바를 오간 이중간첩 이야기와 히틀러를 만나 그의 말과 행동에 속은 이들이 등장하니 재미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수수께끼 :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p.50) 2부에서 5부까지는 본격적으로 낯선 이를 평가하는 데 우리가 저지르는 오류를 짚어나간다. 그리고 그 오류에 적용되는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 세 가지를 흥미로운 사례들과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세 가지 '도구' 모두 파격적이고 흥미로웠다. 첫 번째 도구는 진실기본값이다. 낯선 사람을 평가할 때 상대방이 '진실하다'라는 생각이 그 사람의 거짓을 의심하는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런가? 길에서 마주치는 단순한 낯선 이들과 저자가 말하는 '낯선 사람'은 다른 의미인 것 같다. 두 번째 도구는 첫 번째 도구보다 더 흥미롭다. 투명성.

어느 쪽 미소가 진정한 미소일까?

우리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말한다. 감정 표현을 표정과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배우들을 연기력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놀라움을 넘어선다. 감정이 표정으로, 행동으로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은 오랜 관습에서 교육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판사의 보석 결정이 다시 등장한다. 표정을, 행동을 보고 결정을 내린 판사보다 자료만 보고 판단한 컴퓨터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세 번째 도구는 두 번째 도구보다 더 흥미롭다.


p.151. 하지만 기억하자. 의심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의심과 믿음은 동반자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중요하다. 인간이 사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만남은 이어질 것이고 그 만남에는 늘 처음이 있다. 이 책은 그 첫 만남에서 낯선 이를 평가하는 방법의 바탕에 두어야 할 중요한 세 가지 도구를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심중을 투시력으로 꿰뚫어 보는 완벽한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이다.(p.398) 상대방이 진실하다는 믿음이 거짓이라는 의심보다 인류를 진화시킬 것 같다. 상대방과 만남에서 상처를 자주 받는다면, 저 사람 왜 저러지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은 심리치료 이상의 효과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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