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p.164. 나는 옳았고, 여전히 옳았으며, 항상 옳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지만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다. 나는 이것을 했고 저것은 하지 않았다. 내가 저 다른 것을 할 때 어떤 것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의 첫 문장이 너무나 강렬한 알베르 카뮈<이방인>을 만나보았다. 40대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로, 40대에 자동차 사고로 요절한 작가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 알베르 카뮈의 고전 이방인을 통해서 부조리 문학을 처음 접해보았다. 삶과 죽음, 고립과 소외, 소통의 단절 따위의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존재의 근본적 무의미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문학의 경향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부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과의 만남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큰 설렘을 안고 작품을 읽었다.

새움에서 나온 <이방인>은 고전을 만난다는 즐거움에 번역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더한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책의 앞부분이 고전 이방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너무나 깔끔한 알베르 카뮈의 문장과 표현을 맛보게 해준다면 책의 뒷부분 역자노트 , 이방인 깊이 읽기 그리고 역자후기를 통해서는 문장 부호 하나까지 의미를 두는 번역가 이정서의 번역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방인이라는 고전을 제대로 만나보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방인의 첫 문장은 너무나 강렬해서 다른 책들에서 접했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하지만 이 책의 첫 문장은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이다. p.233.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 그게 곧 번역일 테다. 라고 역자 노트에서 번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이정서 번역가가 첫 문장부터 기존의 번역과는 다른 새로운 문장을 선보인 것이다. 심지어 이 문장의 번역은 자신의 기존 번역서와도 다르다. 의역과 직역의 차이는 다름에 있지 틀림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방인1부는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전개된다. 그런데 엄마의 죽음을 대하는 뫼르소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나다를까 그런 뫼르소의 무감정은 2부에서 자신의 죽음을 부르게 된다. 그런데 뫼르소라는 인물은 죽음에 대해서 끝까지 덤덤하다. 자신의 죽음에 덤덤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심지어 억울하게까지 느껴지는 과한 형량을 낮추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인간이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는 일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뫼르소가 삶을, 죽음을 대하는 다름을 틀리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사형수로 감방에 갇혀서 뫼르소는 삶보다는 죽음을 생각한다. 심지어 p.110. 그러한 불편들을 제외한다면, 나는 크게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라며 편안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많은 관습에 얽매인 사회라는 감방에서 자유를 선택한다. 비록 뫼르소의 선택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탈출구없는 세상 부조리로부터의 자유로운 삶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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