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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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의 원작 소설 <사라지지 않는 여름>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고등학생이 된 주인공 캠은 루스 이모의 결정에 따라 '하느님의 약속 기독교 학교·치유 센터'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2권의 주요 내용이다. 1권에 비해 배경이나 등장인물은 좁아지고 단순해졌지만 주인공 캠의 심리적인 갈등과 성장의 폭은 더 커진듯하다.

 

2권의 시작은 이모 루스와의 이별부터 시작된다. 애틋한 이별이 아닌 정말로 차가운 이별이 캠과 이모 루스의 거리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종교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이모였다면 조카를 편지 왕래도 어려운 하느님의 약속에 보냈을까? 이런 의문은 주인공 캠도 가지고 있고 그 의구심이 이모 루스에 대한 증오, 미움으로 이어진듯하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남들과 다른 성적 취향으로 인해 혼란스러울 캠에게 종교적 치유 프로그램인 '동성매력장애'가 도움이 될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하느님의 약속'에서는 심리적인 치유나 자아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는 세뇌 교육이 행해진다. 동성애는 치료해야만 하는 심각한 병이라 정의해 놓고 아이들에게 삶의 방식을 세뇌하고 있는 듯하다. 타인의 생각이나 사상을 주입시키는 교육은 '잘못된 교육'이다. 그런데 그런 주입식 세뇌에 굴복할 캠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캠은 이곳에서도 대마초를 자연스럽게 피우며 함께하는 제인과 애덤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한다.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이지만 닉 목사의 교육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주인공 캠의 대처 방안은 무엇일까?

 

p.81. "하느님의 약속에서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망각하게 만들거든."

 

이곳에서 캠은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런데 캠이 꼭 과거의 자아를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해야만 할까? 성소수자들의 심정을 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소설이다. 한 어린 소녀의 성 정체성의 혼란이 보여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캠과 친구들의 위트 있는 대화가 그 어둠을 뜨거운 여름 속으로 사라지게 만든다. 한 소녀가 성장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성소수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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