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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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올리버 트위스트>의 부제는 '고아원 소년의 여정'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올리버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대도시 런던의 뒷골목으로 흘러들어온다. 너무나 순수한 소년 올리버는 소매치기가 무엇인지도 모른 체 그들과 함께 머물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거리에 나서던 날 경찰에 잡히는 불운?을 겪게된다. 그런데 여기서 무언가 이상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왜 페이건은 올리버를 되찾아오려고 혈안이 된 걸까? 거리에 소년들은 많은데 왜 꼭 올리버가 필요한 것일까?

 

소년 올리버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 고아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인데 페이건과 사익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나 짙게 드리워저 있어서 올리버의 불행은 어디까지일지 불쌍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소설은 해가 뜨고 날이 저무는 하루처럼,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인생처럼 행운과 불행의 명암(明暗)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는 답답하고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에서 꽃다발을 만드는 올리버의 모습은 밝고 명랑하다. 그렇게 이 작품은 어둠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올리버를 끝까지 도와준 낸시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그녀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였을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행운을 잡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낸시는 이 작품 속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 같았다. 어린 올리버를 구해준 낸시에게도 행복한 결말을 줄 수 없었을까? 올리버를 도와준 다른 이들과 낸시의 결말은 왜 다르게 그려진 걸까? 낸시가 매춘부이기 때문일까? 낸시만큼이나 찰스 디킨스의 미움을 받는 아니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이래로 계속 미움을 받는 '유대인'이 등장한다. 유대인 노인 페이건. 정말 악랄하고 비열한 악인의 끝판왕이다. 어쩌면 이렇게 미울까? 얼마나 묘사를 잘 했으면 등장인물이 이렇게 미울까? 찰스 디킨스의 디테일한 인물 묘사와 극적인 상황 묘사는 정말 대단하다.

 

정말 섬세하고 재미난 인물 그리고 심리 묘사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정말 재미난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을 때 가끔씩 그 몰입을 깨는 것들이 있었다. 화자의 시점이 가끔 바뀌면서 올리버만큼이나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19세기 최고의 삽화가라는 조지 크룩생크의 삽화는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를 가볍고 밝게 만들어주고 있는듯하다. 머리는 크고 얼굴의 표정은 심하게 오버해서 그린 듯해서 삽화가 등장할 때마다 눈물이 미소로 변하곤 했다. 문장만큼이나 삽화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다. 정말 개인적으로 삽화를 보면서 올리버가 소년이 맞나 싶기도 했다.

당시 영국 사회를 제대로 풍자한 작가 찰스 디킨스는 친절하게 결말에서 모든 등장인물의 안부를 전해준다.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인물들이 끝까지 이야기를 끌어간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잘 지내게 될까? 어두운 이야기와 밝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빛깔의 이야기에서 끝이 날까?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소설의 결말은 소중하게 지켜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 기다리는 흥미로운 런던 뒷골목을 엿보는 순간 찰스 디킨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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