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 - 권위와 관습적 읽기에서 벗어나 21세기에 다시 읽는 「광인일기」
이주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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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6. 광인은 기성 권위와 질서에 대한 회의와 부정의 정신을 보여주는 근대적 인간의 상징이다. 

「아큐정전」과 「광인일기」를 통해 접해보았던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이주노 교수의 책을 통해 다시 만나보았다. <광인일기狂人日記 -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에서 저자는 「광인일기」라는 작품을 촘촘하게 그리고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있다. 처음 광인일기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는 그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겉모습만을 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작품이 담고 있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저자가 연구하고 분석한 모든 것이 작가 루쉰이 의도한 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광인일기」라는 작품을 접하는 올바른 길 중에 하나를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다.

p.43. 그렇다면 「광인일기」는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광인일기」는 루쉰이 1918년에 발표한 작품인데 중국 현대 소설의 효시라고 일컬어진다. 왜 「광인일기」가 중국 현대 소설의 시작인지를 저자는 1장 광인일기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에서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광인일기」라는 작품을 분석하고 문장 하나하나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부터 「광인일기」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문적인 분석으로 난해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때쯤 저자는 2장 「광인일기」 창작의 이모저모를 통해서 지루함을 해소해준다. 작가 루쉰의 흥미로운 삶과 함께 중국 근대사의 지식인들의 고뇌를 보여주면서 작품의 탄생 배경을 사회적, 시대적으로 설명해준다. 1인칭 화자 서사, 일기체 소설, 액자 소설에 대한 문학적인 설명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3장 세계문학 속 광인에서는 니콜라이 고골의 「광인일기」, 기 드 모파상의 「오를라」 그리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를 루쉰의 작품과 비교하면서 들려주고 있는데 세 작품 모두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을 지울 수 없었다. 4장은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광인일기」에 대한, 루쉰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이 책은 「광인일기」를 통해서 중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 루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을 제공하고 있다. 다소 어려웠지만 작가가 그려냈던 100여 년 전 오늘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광인일기라는 작품은 미래의 오늘에도 계속 의미 있는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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