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이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1
박민정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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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7. "이런 날씨라면 자살하거나 소설을 쓰거나 둘 중 하나여야만 할 것 같은데."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현대문학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그 프로젝트의 21번째 작품 <서독 이모>는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박민정 작가의 소설이다.

p.38. 최선을 다하고 최악을 기대하라.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소설은 통일 전 독일로 유학 간 이모가 등장한다. 이모는 그곳에서 동독의 물리학자 클라우스와 결혼을 하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했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모 경희와 이모부 클라우스의 삶을 소설로 써보겠다는 조카 우정은 분단된 한국에 살고 있다. 클라우스의 갑작스러운 실종 원인을 다양하게 그려보며 소설을 쓰려고 하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 그렇게 우정은 소설보다는 학위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원생으로서 논문을 준비하던 중 경희와 클라우스의 과거를 알고 있는 독문학과 최 교수를 만나게 된다. 이제 우정은 이모 경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이야기는 통일, 입양, 학내 성희롱 문제, 대학의 상업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까지 흥미롭게 소설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시작부터 품게 한 라는 의문을 끝까지 풀어주지 않는다. 독일의 통일과 함께 사라진 이모부 클라우스는 왜 갑자기 이모 곁을 떠났을까? 또 이모 경희는 왜 자신을 독일 이모가 아니라 서독 이모라 칭하는 것일까? 끝까지 남은 라는 의문은 아마도 우정이 쓰게 될 서독 이모에서 풀어줄 것만 같다.


p.61. "늦게 오는 자는 삶이 벌한다."

 

통일이 가져올 문제를 한 개인의 소외된 삶과 연결 지으며 우리들의 문제로 끌어들인듯하다. 한동안 생각하지 않고 있던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통일, 이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스토리 라인으로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 경희의 20여 년의 외로운 삶을 너무 차갑지 않게 따뜻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차분한 느낌이 좋은 잔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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