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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평점 :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0/01/14/18/mhyang73_3493979378.jpg)
p.316.
나에게 전시는 완성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장소의 새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0/01/14/18/mhyang73_2477707454.jpg)
중앙대학교 예술대
천경우 교수의 사진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글로서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일은 두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창조하는 예술 작업은 서로 통하는 것일까? 작가의 작업 노트<보이지
않는 말들>에 담긴 글들은 담백하고 깔끔했으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p.35.
기억은 본 것에 대한 울림이다. 그리고 그 형상을 표현한다는 것은 기억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0/01/14/18/mhyang73_3189156359.jpg)
이 책은 저자가
『현대문학』에 2년여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 글들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진 25개의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전문 모델이 보여주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평범한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 도시락, 배달, 이름, 청소 등.
평범한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는 작가의 프로젝트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어낸 특별한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사연들도 참 많다. 작업 노트에서 들려주는 설명 없이 접한 사진은 그저 평범한 사진이다.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사연과 함께한 사진은
어느새 감동적인 작품이 되어있었다. 평범한 사진이 주는 최고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흔치않은 책이다.
고통의 무게를
빨간 보자기로 표현한 작품「고통의 무게」에는 보자기 말고 또 어떤 재료가 사용되었을까?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고통 보자기에 가족들의 고통의
무게도 함께 넣으려 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의 프로젝트에서는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은은하고 잔잔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이 담김 프로젝트들이 쌓여갈수록 감동의 울림은 더해진다.
타인의 도시락을
배달하던 이들이 자신을 위한 도시락을 받게 되면 어떨까? 여왕을 닮은 이들을 모집했는데 남성 지원자가 있을까? 참 다양한 작업들을 참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소통의 결과가 작품이고 작품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소통이다. 사람들과 늘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작가의 작업노트에는 오늘도 불통으로 심란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표지에 등장한
물건의 용도를 알 수 있을 때쯤이면 작가의 담백한 작업 노트도 끝이 보인다. 처음 접했던 생경한 작업노트가 삶에 대해 이렇게 깊은 생각을 품게
만들 줄은 몰랐다. 사진으로 보여주고 글로 풀어낸 우리들 삶을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