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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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6. 나에게 전시는 완성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장소의 새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 천경우 교수의 사진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글로서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일은 두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창조하는 예술 작업은 서로 통하는 것일까? 작가의 작업 노트<보이지 않는 말들>에 담긴 글들은 담백하고 깔끔했으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p.35. 기억은 본 것에 대한 울림이다. 그리고 그 형상을 표현한다는 것은 기억을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현대문학』에 2년여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 글들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진 25개의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전문 모델이 보여주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평범한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 도시락, 배달, 이름, 청소 등.


평범한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는 작가의 프로젝트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어낸 특별한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사연들도 참 많다. 작업 노트에서 들려주는 설명 없이 접한 사진은 그저 평범한 사진이다.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사연과 함께한 사진은 어느새 감동적인 작품이 되어있었다. 평범한 사진이 주는 최고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흔치않은 책이다.

고통의 무게를 빨간 보자기로 표현한 작품「고통의 무게」에는 보자기 말고 또 어떤 재료가 사용되었을까?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고통 보자기에 가족들의 고통의 무게도 함께 넣으려 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의 프로젝트에서는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은은하고 잔잔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이 담김 프로젝트들이 쌓여갈수록 감동의 울림은 더해진다.

 

타인의 도시락을 배달하던 이들이 자신을 위한 도시락을 받게 되면 어떨까? 여왕을 닮은 이들을 모집했는데 남성 지원자가 있을까? 참 다양한 작업들을 참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소통의 결과가 작품이고 작품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소통이다. 사람들과 늘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작가의 작업노트에는 오늘도 불통으로 심란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표지에 등장한 물건의 용도를 알 수 있을 때쯤이면 작가의 담백한 작업 노트도 끝이 보인다. 처음 접했던 생경한 작업노트가 삶에 대해 이렇게 깊은 생각을 품게 만들 줄은 몰랐다. 사진으로 보여주고 글로 풀어낸 우리들 삶을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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