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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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 이야기는 비참한 현실과 어두운 미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무딘 성격 탓인지 한 번도 밀레니얼 세대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멀게는 나라의 근간인 젊은이들이고 가깝게는 바로 내 아들 또 조카들인데 말이다. 그런 밀레니얼 세대의 미래를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 책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세대라 여겨지는 밀레니얼 세대 젊은이들에게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호주의 라디오 진행자이자 마르크스주의자인 헬렌 레이저가 속 시원하게 들려주는 책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가 바로 그 책이다.

p.60. 역사적 유물론자인 마르크스는 특정한 경제적 조건이 특정한 정치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빌어먹을, 마르크스가 옳았다. 마르크스식 역사 해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 된 것이 말이 된다.

 

역사적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는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기 위해 등장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라고 말한다. 그림자는 햇볕이 강렬할 때는 꼬리가 짧다. 그래서인지 자본주의가 활황을 누릴 때에는 마르크스주의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 병폐가 하나둘 드러나고 이제는 불평등, 양극화가 고착돼가고 있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그림자의 꼬리가 한없이 길어진듯하다.

 

자본주의의 그림자 자리에 있던 마르크스주의가 이제 전면에 서려 하고 있다. 2019년 10월 『워싱턴 포스트』는 밀레니얼 세대의 70%가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그들이 지지하는 사회주의는 실패한 소비에트식 사회주의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지지하는 사회주의와 맞닿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필연적이라 주장하며 그 대안으로 마르크스식 사회주의를 주장한다. 철학이나 정치사상을 다룬 책들의 지루함과 난해함은 언제나 독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이 책은 거침없이 내뱉는 저자의 화려한 입담이 이어져서 지루할 틈도 없고, 마르크스를 옆집 할아버지처럼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난해하지도 않다. 또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주의를 알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긱경제로 내몰린 밀레니얼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야 할 모든 이들에게 자본 흐름의 극심한 불균형을 보여주는 자본주의를 버리고 사회주의로 변화해야 하는 까닭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저자의 거침없는 말투가 재미와 자극을 더해주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널드 트럼프,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헨리 포드 등의 유명 인사들이 등장해서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또 요즘 우리 사회의 이슈를 마르크스식 사회주의를 통해서 풀어주고 있어서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를 이론적으로, 피상적으로 멀리서만 바라보았다면 이 책<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를 통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섬세하게, 디테일하게 볼 수 있었다. 마르크스식 사회주의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겉이 아닌 중심부에서 사회주의 시각으로 자본주의 세상을 바라본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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