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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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인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신작을 만나본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의 배경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보몽이다. 허구의 섬이지만 허구가 아닌 듯 소설의 도입부에 섬 전체 지도가 실려있다. 아마도 작품의 이해를 도와주려 한 친절인듯하다.

 

친절한 이야기의 도입부에는 한 젊은 작가 지망생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섬에는 20년간 섬에 칩거 중인 퓰리처상 수상 작가 네이선이 있다. 작가 지망생 라파엘과 유명 작가의 만남. 둘의 만남은 이 소설의 이야기 전개의 한 축이 된다. 그런데 더 흥미로웠던 점은 둘이 문학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나누는 대화였다. 가짜 작가 네이선의 입을 빌려서 진짜 작가 기욤 뮈소가 자신의 견해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재미나다.

 

p.145. "알맹이는 자네 글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수액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의 영혼을 휘어잡고, 목숨이 글에 달려 있기라도 하듯 일관되게 밀어붙이게 해주는 힘 말일세.독자들이 글에 매료되어 깊숙이 빠져들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바로 알맹이야. 작가의 머릿속에는 모든 힘과 열정을 불사를 수 있을 만큼 절박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야하지."

 

이야기 흐름의 또 다른 한 축이 되는 젊은 여기자 마틸드 몽네는 등장부터 무척이나 수상하다. 네이선의 반려견을 찾아준 것 까지는 고마운 일인데 꼭 굳이 자기가 직접 브롱코를 네이선에게 데려다주겠다고 우긴 것이다. 수상스러운 여기자가 '라 크루아 뒤 쉬드'를 방문하면서 이야기의 전개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진다. 천천히 강물처럼 흐르던 이야기는 진실을 향해 좁은 시냇물처럼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작가 네이선을 향한다. 20년 전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하고 섬으로 스스로 숨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자 마틸드 몽네는 진실의 끝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p.251. 진실을 말하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지실은 단 하나뿐이므로.

그런데 그 진실은 살아 움직이고, 따라서 진실의 얼굴은 변하기 마련이므로

- 프란츠 카프카

 

눈부시게 아름답고 조용했던 섬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섬의 시간은 멈추는 듯하다. 하지만 섬의 시간은 20년 전 세 가족 살인 사건의 진실을 향해가는 젊은 작가 지망생과 여기자로 인해 다시금 빠르게 흐른다. 작가 네이선은 라파엘에게 안전을 위해 섬을 떠나라 하고 마틸드에게는 사건 해결은 경찰에 맡기라 한다. 하지만 두 젊은이들은 중년 작가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진실을 밝히려 한 발 더 내딛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에게는…….

 

진실을 원하는 마틸드에게 진실은 과거를 말끔하게 지워주지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네이선. 도대체 네이선이 알고 있는 20년 전 진실은 무엇일까? 반전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보여주던 소설은 20년 전의 진실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는 대반전을 끝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런데 작가 기욤 뮈소는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제목의 에필로그에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아낸다. 저자가 '라 크루아 뒤 쉬드'를 구입하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섬에 들어가 산다니.

 

시작에서 가상의 섬 보몽의 지도를 그려 보여주더니 이젠 그곳에 작가 기욤 뮈소가 직접 들어가 산다고 한다. 끝까지 기욤 뮈소의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기욤 뮈소의 간접적인 강의는 덤이다. 아니 덤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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