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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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4.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굳게 민었다. 사랑이 아니라 사육인 줄도 몰랐다.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임을 알지 못했다. 

김옥숙 작가의 작품은 『흉터의 꽃』을 처음으로 만났었다. 히로시마 원자 폭탄 피폭 피해자들의 고단한 삶을 너무나 잘 그려내서 눈물샘을 계속해서 자극했었던 작품이었다.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던 작가의 신작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를 만나 보았다. 제목부터 『흉터의 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아서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중학생 아들을 둔 덕분에 주위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가 주인공이라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p.54. 비교하는 습관 때문에 아이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너그럽게 넘기는 법이 없었다. 비교가 천국을 지옥으로, 천사를 악마로 만든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작가는 '헬리콥터 맘'의 사전적 의미를 에필로그에서 '평생을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서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들을 지칭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오늘도 학원가 주변에는 아이를 기다리는 차들이 넘쳐난다. 누가 엄마들을 학교나 학원가 주변에서 서성이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마순영 씨 나라와 우리가 사는 나라가 같은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순영 씨의 나라는 서울대 출신들이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서울대 나라'이다. 그러니 아들을 서울대에 꼭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마순영 씨나 주변의 엄마들이 헬리콥터 맘이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헬리콥터 맘들의 목적지는 단 하나다. 그 목표를 향해가는 마순영 씨의 뒤를 따라가본다.

 

p.12. 마순영 씨는 서울대교의 오래된 신자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순영 씨의 인생 목표는 아들 고영웅을 서울대학교에 합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아들이 세 살 때 버스 밖 간판의 글씨를 읽으면서 확고하게 정해졌다. 그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세 살부터 십 년 넘는 세월을 서울대로 가는 한 길만을 바라본 마순영 씨의 인내와 끈기는 높이 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순영 씨의 인내와 끈기 뒤에는 아들 고영웅의 역할도 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수석 입학한 아들에게 서울대 진학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마순영 씨의 고영웅 서울대 보내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p.213. "청소년은 손끝으로도 건드리지 말라,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네." 

이 책의 차례는 아들 고영웅의 유치원 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허구가 아니라 실존하는 마순영 씨의 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 교육의 암담한 현실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이야기 속에 담은 내용은 무겁고 어둡기만 한데 긍정적인 아들 고영웅 덕분인지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 현실 속 모자의 이야기이니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것이다. 교육열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마순영 씨가 아들 고영웅에게 준 초등학교 입학 선물은 무엇일까?

 

p.89. 가난은 가족을 정육점 고기처럼 해체시키고 도륙 내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칼날이었다. 가난은 가족 안에서도 필요와 필요 없음의 잣대를 들이댔다. 

이 소설에는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담아낼 만큼 폭이 넓다.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면 이야기의 깊이는 얕아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 김옥숙은 폭과 깊이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학교생활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친구 문제, 선생님 문제 그리고 학부모 간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그때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교육 문제에서부터 사회문제까지 정말 폭넓고 깊게 다루고있다.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읽기 시작한 소설은 깊은 생각에 빠진 체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한다. 프롤로그에서 보여 준 고영웅의 선택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내 아이가 고영웅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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