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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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 문득 삶이 너무 슬퍼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려고 이러고 있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일까. 딱히 그럴 것도 없는 데. 

정지돈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만나보았다. 이 책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스무 번째 작품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서 월간 『현대문학』지면에 소개하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프로젝트이다. 몇몇 작품을 만나보았지만 이번 작품만큼 당황스러운 작품은 없었다.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생각에 이어지지 않고 단편적인 심상도 연결되지 않는다. 보통 소설은 두 번 읽지 않는데 이 작품은 두 번 읽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마지막 페이지를 접하고도 '다시 읽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떠올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책을 선택할 때도, 서평을 쓸 때도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될까 봐 해당 도서의 소개는 찾아보지 않는데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접한 다른 이들도 내가 느낀 감정을,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느꼈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아니, 어쩌면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고 싶어서인 지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이 작품은 처음부터 '검색'을 많이 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실존하는 인물이나 단체가 등장하고 또 실존하지 않는 무언가가 혼합되어 있어서 그 둘을 구별하기 위해 검색의 힘을 빌렸던 것이다. 어려운 '도전' 같은 책이다. 하지만 그 도전이 주는 성취감과 즐거움을 마다할 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다.

 

p.56.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게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왜 나는 상대가 좋아하지 않으면 속이 상할까. 내가 덜된 인간이라서 그런가. 우리는 무관심에 익숙해져야 할까. 만일 그렇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무관심에 익숙해지기. 외톨이가 될 준비를 하기. 

이야기는 도시의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들의 야간을, 어둠을 들려준다. 누구나 눈으로는 보지만 머릿속에는 담아두지 않는 '투명 인간'같은 경비원들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듯하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가 커다란 계획을 세우고 자신들의 존재를 나타내려고 한다.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실존'을 나타내려 하는 걸까? 성공할 수는 있는 걸까?

p.26. 괜찮은 작가야. 읽어보진 않았지만…….

p.27.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뭔지 모르지만……. 

일기 형식의 이야기는 이어지는 듯 끊어지고 끊어지는 듯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야기의 내용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도 낯설기만 하다. 그러니 공력이 부족한 내게 작품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나다. 작품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작품이 주는 색다름이 흥미롭다. 자본주의에서 '을'일수밖에 없는 도시 근로자들의 애환을 그려내려 한 것일까? 아니면 에콜42라는 '꿈'을 가진 젊은이의 희망을 이야기하려한 것일까? 작가의 의도는 공력 부족으로 파악 불가이지만 이야기 속에 단편적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접할 수 있는 재미난 구조를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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