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72.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소크라테스는 독이 든 잔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었고 또 아무 일 없듯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독을 마신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친구 크리튼에게 이웃에게 빌린 닭을 갚아달라고 말했을 만큼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의 주인공 '빅 엔젤'도 죽음을 초연하게 준비한다. 물론 빅 엔젤은 소크라테스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는 아니다. 그저 쉽게 만날 수 있는 남자 '세속적인 남자'이다. 그런 세속적인 남자 빅 엔젤이 죽음을 준비하면서 접하게 되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인데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떠오를 정도로 철학적이다. 첨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p.139. 가족의 유산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끝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군. 그가 시애틀에 사는 이유가 이거였다. 가족. 가족이란 너무 복잡하기만 하다.
암이라는 병마와 정면으로 싸우다가 이젠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빅 엔젤은 어머니(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과 자신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연속해서 진행한다. 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대도록 많은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데 라 크루스 집안의 가장 빅 엔젤의 결정은 옳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멀리 떠나있던 막내 동생 리틀 엔젤도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했던 '미국인'동생 리틀 엔젤은 큰형 빅 엔젤의 생일에 참석한다. 그리고 어둠 속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들을 서로 맞추어본다. 서로의 기억 속에 쌓인 오랜 앙금을 깨끗하게 씻어 낼 수 있을까?
p.247.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죄책감과 거짓말은 평생 쉬지 않고 불타올랐다.
미국인이 되고 싶었던 '멕시코인' 빅 엔젤의 삶은 너무나 험난했다. 그런 빅 엔젤의 삶을 중심으로 데 라 크루스 집안의 삼대(三代 )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보통 죽음이 다가온 상황을 다룬 책들은 죽음의 슬픔과 어둠을 조금이나마 순화시켜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전혀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가족들의 모습을 현실에 쓸법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정말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빅 엔젤 가족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감동적인 지도 모르겠다. 장례식에 이어 펼쳐지는 죽음을 앞둔 이의 생일 파티는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 생일 파티에 초대된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묘사를 만날 수 잇어서 흥미로웠다.
'미국인 동생 리틀 엔젤을 만난 빅 엔젤은 파티가 끝나갈 때까지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또 데 라 크루스 집안의 가장(家長) 자리를 누구에게 넘겨주어야 할지 고민한다. 친구 데이브가 제안한 감사 수첩에 하나둘 내용이 늘어갈수록 죽음의 그림자는 다가온다. 빅 엔젤이 마지막까지 기다린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왔을까? 또 가장이라는 허울은 누구에게 남겨지게 될까? 리틀 엔젤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니에게 남겼을까?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하지만 너무나 소중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또 가족에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과 가족,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래서 내 가족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