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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p.76.
원래 한국 소주는 어떤 방식으로 양조한 술덧을 소주에 쓰느냐, 어떤 방식의
증류법으로 증류하느냐, 증류기 재질은 어떤 것을 쓰느냐, 숙성 기간과 사용하는 숙성 용기, 숙성 방법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여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고 잘난 척을 하고
싶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립한 「전통주 갤러리」의 초대 관장을 역임한 저자 임현주가 발로 쓴
책을 만나본다.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 책<한잔
술, 한국의 맛>을 읽어보면 진짜 발품이 엄청나게 들어갔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그런 열정이 담겨있는 책인 까닭에 뜨거운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술
이야기를 다룬 책답게 '잔'으로 구성을 표현하고 있다. 한 잔, 증류주
이야기의 부제는 불의 정령의 뜨거운 눈물이다.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시작부터 전통주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두
잔, 약주 이야기의 부제는 발효 미학의 정수, 약주이다.
처가가 경주인 덕에 교동 법주를 맛본 적이 있었다. 맛도 깔끔한 데다 전통주라는 느낌까지 더해져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어 지면에서의 만남만으로도
반가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잔, 탁주 이야기의 부제는 액체로 된 시인의 밥이다. 세 잔의 술마다 끝부분에 특별한
섹션『○○주를 말하다』『주당의 질문』을 두고
있다. 증류주, 약주, 탁주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전통주를 유래에서 제조까지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진짜 매력은 전통주들이 품고 있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 데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었다면 그의 해바라기가 그렇게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드라마틱 했던 화가의 삶 즉 '스토리'가 그림에 더해져 고흐의 명성을 더 높여주었던 것 같다. 이제 우리의 전통주들이 안고 있는
스토리들을 널리 알려야 할 것 같다. 먼저 우리들부터 전통주의 스토리를 알아가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봉준 장군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죽력고】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또 벽암 스님이 만드시는 【송화백일주】도 꼭 만나보고
싶다.
술을 만나 전통을
맛보고,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우리 전통주를 자주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술이 아니라 전통을, 문화를 빚어내고 있는 장인들의 노력과
열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우리 문화를 지키고 있는 장인들의 열정을 담아낸 <한잔 술, 한국의 맛>을
통해서 우리 전통주들이 숨기고 있는 아름다운, 때로는 애틋한 이야기들을 만나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