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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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4. 우리의 관심사는 비록 제각각이지만, 종교의 독단이 정직한 지식의 성장을 방해하고 인류를 쓸데없이 갈라놓는다는 것을 각자의 자리에서 절실히 깨달았다.

 

돌아가신 할머님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성당에 다니고 있다. 나만 빼고. 지금이야 괜찮지만 어려서는 일요일이 일주일 중 가장 길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조카가 성당을 다니지 않는 이유도 내 탓이 돼버렸을 때는 정말 답답했다. 종교는 자유다. 아니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종교에 대한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세계적인 무신론자 네 명이 모여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그 대화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 내용을 책으로 구성한 <신 없음의 과학>이 바로 그 책이다.

 

2007년 우연하게 이루어진 무신론자 네 명의 결정적인 만남의 결과물인 이 책은 종교인들에게는 어쩌면 금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무신론자들에게는 정말 속 시원한 내용들이 가득하지만 종교인들에게는 모욕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는 강한 어조들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종교인들대로, 비종교인들은 비종교인들대로 조금은 파격적이어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p.50. 자만심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자부심이다. 자부심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과학에 대해서는 정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p.84. 예컨대 우리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합니다.

 

무신론과 종교를 떠나서 신무신론의 네 명의 기사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들이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종교인들에게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논점의 시작부터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기에 양 진영의 날선 공방은 오늘도 어디에선 가는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날선 공방이 가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언제나 인류는 다툼을 통해서 성장해 왔으니 말이다.

 

대화에 참여했던 네 명의 기사는 『종교의 종말』을 쓴 샘 해리슨, 『주문을 깨다』 의 대니얼 데닛,『만들어진 신』 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그리고『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쓴 크리스토퍼 히친스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히친스를 그리워하며 쓴 다른 세 기사의 글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책의 원제가 네 기사(Four Horsemen)인 까닭은 이 책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적과의 한판 결전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른 기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 기사들의 거침없는 말들이 날카로운 칼보다 더 예리하게 느껴질 것이다. 논리의 기사, 이성의 기사, 과학의 기사들이 펼쳐 보이는 세상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 마음의 '위안'이라는 측면에서 종교의 효과를 인정해 왔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도 네 기사에게는 적으로 간주된다. 네 기사의 주장이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생각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서 그들에게 금세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물론 이런 것도 그들에게는 비논리적이라 비판받겠지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신비한 무엇인가의 원인을 신에게서 찾느냐 아니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학에서 찾느냐의 문제를 만나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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