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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p.174. 라틴아메리카에서 작가가 된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총'과 '펜' 중 하나가 아니라 동시에 둘 다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했으며,…(중략)…그래서 정치적 이유로 오랜 망명 생활을 한 아르헨티나 시인 후안 헬만은 시인을 '시를 쓰는 군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을 만나본다. 서가명강시리즈가 가진 많은 장점들 중에 가장 큰 장점은 흔하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일곱 번째인 이번 책도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제목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번 책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것도 짧은 문장 속에 민족의 정신과 혼을 담아내는 시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김현균 교수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4명의 시인들을 정성스럽게 소개하면서 라틴아메리카문학이 가지는 특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시와 시인들의 특별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정열의 언어 스페인어가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다에서는 세계문학의 변방이었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기초 지식과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한 라틴아메리카 '시詩'에 대한 개론을 들려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2부 시인들의 시인, 루벤 다리오에서 시작된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스페인권 문학의 황태자이자 근대 시의 선구자, 스페인어의 혁명가로 불린 루벤 다리오의 삶은 어떠했을까? 지금도 변방에 속하는 니카라과 출신의 시인이 스페인에서 인정받기까지 어떤 길을 걸었을까? 그런데 처음 작가의 시가 낯설지 않은 까닭은 우리나라와 역사적,사회적인 아픔이 비슷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식민지, 군사독재…….
p.196. 그래 그 무렵이었지…시가
내게로 왔다.
3부 잉크보다 피에 가까운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 소개된 네루다는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 중에 가장 낯설지 않은 작가였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 있는 듯한 네루다는 스탈린평화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치가이기도 했다. 동서 양진영에서 모두 상을 받았다는 것은 동서 양진영에 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실 속에 뛰어든 시인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스탈린을 추종하던 시인 네루다의 시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p.233. 나는 신神이
아픈 날 태어났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4부 영혼을 위무하는 시인, 세사르 바예흐에서는 생전에 발간된 시집이 단 두 권밖에 없는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오른 바예흐의 가난했지만 열정적이었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기에 더 안타까운 작가를 저자는 서가명강시리즈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인 묻고 답하기(Q/A)에서 우리나라의 요절한 시인 기형도와 비교하고 있다. 두 시인 모두 불우한 시대를 살다가 젊은 나이에 쓸쓸하게 죽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5부 신성한 전통에 총구를 겨눈 반시인, 니카노르 파라에서 만나게 된 물리학 전공의 시인 파라는 정말 파격적인 시인이었다. 반시를 주창하고 라틴아메리카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파라는 4명의 시인들 중에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했던 작가답게 그의 작품은 너무나 독특하다. 그런 시인의 삶은 어땠을까? 급진적인 성향의 시인이 만들어낸 작품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언제나 첫 만남은 설렘과 기대로 흥분되기 마련이다. 그 만남이 사람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그래서 늘 서가명강시리즈와의 만남은 늘 설렘과 기대로 흥분된다. 비록 지면상의 만남이지만 저자들과의 첫 만남이 설레고 설렘속에 마주한 특별한 이야기들이 흥을 돋운다. 그래서 시리즈의 다음 책을 기대하게 되는 정말 재미나고 유익한 시리즈이다. 연속되는 책들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모두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