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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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 누군가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본 적이 있어야 시간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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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뛰어난 위트와 유머로 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어 많은 팬을 둔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이후 다시 한번 죽음(death)과 삶(life)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가 자신이 서두에 밝혔듯이 이 책 <일생일대의 거래>는 짧고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마치 어른들을 위한 한편의 동화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작가의 그 어떤 소설들보다도 깊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이야기가 남긴 여운은 길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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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안녕, 아빠다. 라는 문장으로 가볍게 시작해서p.105. 이 아빠는 널 사랑했다 라는 지극히 평범한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여느 부자들 사이에서 있을 법한 평범한 두 문장 사이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이 담겨있고, 눈물이 흐를 수도 있는 슬픔이 담겨있다. 그런데 너무나 훌륭한 이야기꾼인 프레드릭 베크만은  그런 슬픔과 아픔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짧은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인생이, 우리 삶의 의미가 담겨있어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이 소설에는 병(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그 아버지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목숨(life)을 성공을 위해 모두 소진하느라 가족과도 소원해진 주인공은 아들과의 많지 않은 추억을 떠올리며 죽음(death)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주인공에게 한 꼬마가 다가온다. 꼬마 소녀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목숨(life)을 알면서도 엄마를 위해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너무나 귀여운 아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동생을, 친구를 그리고 부모님이 자신을 떠날 때 주인공의 눈에 보였던 사신이 등장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신이 꼬마 소녀의 병실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사신과 '일생일대의 거래'를 맺게 된다. 죽음을 전하는 사신과 죽어가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거래는 무엇일까?  아마도 주인공과 사신의 거래는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더 아프고 슬픈 거래가 기다리고 있다. 사신은 '죽음은 죽음으로 대신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죽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과 사신은 무엇을 대가로 무엇을 위한 거래를 하게 될까?


짧지만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행복한 삶 그리고 시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깊어진 가을밤을 함께 한다면 우리의 삶을 더욱 맑게 비춰줄 것 같은 투명한 아름다움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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