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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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고복희는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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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시간에 '원더랜드'의 대문은 열리고 닫힌다. 따뜻한 남쪽 나라 캄보디아에도 한국인들은 있고 그들 속에 고복희가 있다. 원더랜드를, 삶을 자신의 원칙에 맞춰 사는 그녀는 자신의 일을 등한시하는 이들도, 남의 일에 간섭하는 이들도 싫어한다. 아니 그냥 무시한다. 그녀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가운 원칙주의자이다. 그러니 한인사회에서 환영받는 인물은 아니다. 한인사회 속에 녹아들지 못한 고복희의 삶이 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얼음보다 더 차가울 것 같은 고복희 여사의 직업은 놀랍게도 서비스업이다. 그것도 호텔 '원더랜드'의 사장이다. 직원만 많다면 그녀의 성격은 직업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직원은 너무나 열심히 사는 지적인 린 한 명뿐이다. 그러니 고복희는 요리도 하고 손님도 직접 맞는다. 서비스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복희는 왜 호텔을 열게 되었을까? 아니 왜 그만두지 않는 걸까?


p.102.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 나쁜 일마저 결국엔 좋은 일이다.


적자가 눈에 보이는 호텔 '원더랜드'를 구하기 위해 린은 장기 투숙자를 구하는 이벤트를 열고 그 이벤트를 통해 한 명의 투숙객을 받게 된다. 앙코르와트에 가기 위해 아니 한국에서의 자신의 지난한 삶을 피하기 위해 이 곳에 한 달간 투숙하게 된 박지우가 바로 그 투숙객이다. 그런데 이 투숙객이 환불을 요청하면서 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p.40. "불국사는 서울에 있습니까?


고복희의 과거를 들려주면서 린과 박지우의 현재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그리고는 김인석이라는 인물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극도로 빠르게 전개된다. 모든 갈등의 원인인 이 인물은 한국에도 있는 그런 흔한 자기 과시형의 할아버지다. 왜 한국에 계시지 캄보디아까지 가서 그러시는지. 아무튼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밝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남국의 태양처럼 밝다. 물론 어두운 이야기도 보이지만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재미나고 유쾌하다. 그런데 얼음 같은 고복희가 유쾌함의 진원이라는 것이 이 소설을 더욱 재미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고복희는 연인 장영수와 함께 주말이면 춤을 추러 갔었다. 그것도 매주. 그런데 고복희는 춤을 추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장여수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춤도 추지 않으면서 매주 연인과 함께 춤을 추러 가게 했을 것이다. 그 사랑은 이야기의 결말에도 보인다. 고복희는 차가운 원칙주의자이지만 마음에는 사랑을 담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춤추고 싶은 나라에서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 먼 나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한국인들은 있었다. 고복희 여사는 춤을 출 수 있을까? 그녀가 춤을 출 수 있는 원더랜드는 어디에 있을까?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원더랜드를 꿈꾸며 이 소설을 읽는다면 원더랜드를 찾지는 못할 것이다. 박지우가 그리는 원더랜드도, 린이 바라는 원더랜드도 언제 어디에서 만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고복희가 춤추는 원더랜드는 우리 모두가 조금만 바뀐다면, 원칙을 조금만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룰 수 있는 나라일 것이다. 그런 원더랜드를 생각해보는 즐거움이 담긴 유쾌하고 신나는 소설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차가운 얼음 여사 고복희를 만나 원더랜드에서 신나는 춤을 추고 있는 젊은 작가 문은강의 젊은 색다른 이야기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를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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