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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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2. 다산은 어떤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는 그것이 하나의 판례가 되어 향후에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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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인 다산 정약용은 천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임은 확실한듯하다. 정치적인 논리로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까? 다양한 모습의 유배 생활을 그려볼 수 있겠지만 유배 생활 중에 엄청난 저서들을 만들어 낼 생각은 다산만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산은 유배 중에 조선의 정치 제도 개혁 방안을 담은「경세유표(經世遺表)」,지방 관리들의 폭정과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침을 담은「목민심서(牧民心書)」그리고 조선 시대의 형법, 법 실행 과정, 판례 등을 모아 담은「흠흠신서(欽欽新書)」를 저술한다.


이 책<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다산의 흠흠신서」에 수록된 사건들 중에서 36건살인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18세기 조선시대의 살인 사건의 원인, 판결, 수사 과정까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들려주는 가장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는 정조의 판결에 다산이 논평을 달아놓은 부분이다.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를 죽였다면 살인일까? 아닐까?


흠흠신서논평이 흥미로웠던 것은 임금인 정조와 신하인 다산의 의견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건에서는 의견을 같이 하지만 또 다른 사건에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그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정조의 열린 마인드는 오늘도 싸우고 있는 극한의 이념쟁이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조선 사회의 생각을 다산 정약용을 통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다산이 들려주는 조선 사회의 모습은 역시나 유교 사상이 지배하는 답답하고 꽉 막힌 계급사회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법의 적용이 편파적이고 유동적이다. 비슷한 사건의 판결이 양반과 노비가 다르고, 남성과 여성이 달랐다. 그래도 이 책에 담긴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조와 다산의 모습에서 그래도 근본적으로 인간을 사랑했던 두 선지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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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다산 정약용이 흠흠신서」에서 강조하는 것은 법 집행은 '인지상정'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에 부합하게 법을 집행하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정조의 판결을 다산이 논평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본 정조는 정말 사람 좋은 임금이었던 것 같다.


친족(親族)의 원수를 갚는 복수 살인은 용서받을 수 있었을까?


법보다는 인간의 도리를 강조하고 있는 듯한 조선시대 분위기가 오늘의 사회와는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의'를 실현하는 길을 다양하게 열어놓은 조선 사회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하다. 오늘 우리 사회와는 괴리를 보이는 모습들이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조선사회에서 벌어진 36가지의 강력사건을 통해서 바라본 18세기 조선의 모습은 인간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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