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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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역사는 우리의 동정심을 민주화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몰래 따라나섰다. 시대의 소음을 통해서 안면이 있는 작가인데 그 책을 통해서 만나 본 줄리언 반스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통해서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미술 작품과 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그런데 지금껏 만나왔던 에세이들과는 다른 내용과 형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첫 만남은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 이야기 제리코 ; 재난을 미술로를 읽으면서 바로 이 에세이를 가볍게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았고 느꼈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기보다는 미술 작품과 미술가에 대한 평론 같았다. 미술에 대한 상식도 부족한 내가 읽기에는 조금 벅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이어서 작가의 미술 산책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작가를 따라 미술 산책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다음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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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와 사실주의 등의 다양한 작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로 소개된 팡탱-라투르; 정렬한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우선 처음 만나는 작가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고 다음으로는 그의 그림들이 가진 매력이 흥미를 가중시켰다. 마네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라는 작품의 설명을 보면서 그림을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상황을 알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팡탱-라투르의 작품의 설명을 읽으면서는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그림에 표현된 동작 하나하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시선이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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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화가는 강 하류를 향해 술술 실려 내려가 햇빛 가득한 저수지라는 완성된 그림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가 맞부딪치는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잡고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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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세잔이 모델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작품들이 왜 다른 느낌을 주는지 알게 되면서 이제는 미술 산책을 혼자 다녀도 되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로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평론에 가까운 책이라는 증거 같다. 자기 감성을 표현하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상식이 없어 미술관 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미술 감상에 참 재미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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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0. 무릇 예술가들의 우정이란 실패보다는, 그게 어떤 것이든 성공으로인해 금이 가기 마련이다.

 

이 책의 에세이들은 작가 줄리언 반스가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현대 화가에 실었던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작가의 미술 지식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은 이 책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미술 작품을, 미술가를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이 좋았고 그 관점을 표현하는 특별한 형식의 글이 좋았다. 처음 만남은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읽을수록 작가 줄리언 반스와 함께 한 미술 산책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소설 작가가 바라본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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