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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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1. 기름진 세상보다 깨끗한 세상을 누오는 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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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위해 제정된 혼불문학상의 아홉번째 수상작을 만나보았다. 작가 서철원<최후의 만찬>의 띠지에는 '한국 문단에 폭풍을 몰고 올 역작!'이라 적혀있다. 그리고 표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최후의 만찬』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같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전혀 가볍게 읽히지 않는 소설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이 책이 소설책 맞나 싶었다.   

p.218. 간절하면 부서지고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을...


역사소설하면 흥미로운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 등이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너무나 새롭게 느껴진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정말 단순하다. 역사적인 사건인 신해박해때 천주교 사상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권상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천주교를 접했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는 이들의 삶이 등장하고 그들이 이야기를 끌고나간다.

p.336. “흔한 것이 새로울 수 있는 조건은 생때같은 삶을 걸기 때문이지 않겠소.”


그런데 단순한 스토리에 다양한 소재들(정약용, 정조, 김홍도, 최후의만찬, 장영실, 프리메이슨, 카메라 옵스큐라, 변음 등)이 덧붙쳐지면서 이야기는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단순했던 스토리는 따라잡기에도 힘들정도로 복잡하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협업했을 것 같은 조선의 인물을 생각해본적이 있나? 『최후의 만찬』에 우리나라의 산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소설의 결말에 보여주는 대반전을 접하게 되면 다양한 소재들의 등장 의미를 알게된다.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는 까닭은 우선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 스토리에 담긴 철학적인 생각들 때문인듯했다. 서학과 성리학의 대결 구도에서 비롯된 선과 악의 의미를 두고 정조가 김홍도, 홍대용 등과 나누는 선문답같은 이야기는 이 책이 역사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책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거기에 서학을,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한 이들의 논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이 쉽게 읽히지 않는 또 다른 까닭은 작가의 화려한 문장들에 있는 듯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은유와 비유등의 기교가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 작가는 음성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

p. 134. 배손학이 젖은 얼굴로 말했다. 목에서 별과 계곡을 건너가는 긴 바람이 보였다.

p. 160. 최무영의 목에서 춘풍에 밀려가는 민들레 홀씨가 보였다.

p. 211. 박해무의 목에서 오래전 뭍으로 올라와 뙤약볕에 바싹 말라 죽은 북어 울음이 들렸다.


또, 눈빛을 표현하는 데도 망설임없이 화려함을 뽑네고 있다. 그러니 다른 것들의 표현들도 말할 필요없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p. 186. 눈 안쪽에 붉은 대숲이 보였다.

 p. 234. <최후의 만찬>을 바라보는 임금의 눈동자 안쪽에 거친 눈보라가 떠갔다.

 p. 381. 임금의 눈 속에 등이 굽은 물고기가 보였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선과 악,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려니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난 뒤 소설을 접했던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의 가치를 알게해주는 듯 했다.


이 작품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얕은 맛을 가진 소설이 아니다. 오랜시간 정성들여 깊은 맛을 가진 진한 곰탕같은 소설이다. 진한 곰탕의 깊은 맛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야 더 큰 감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가슴에 닿아 머릿속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을 기록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을 울려 머리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냥 옆에 두고 자주 펼쳐보기로 했다. 결말을 다아는 소설책을 곁에 두고 싶어지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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