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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인간이 철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인간의'죽음'이라고 한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은 예나 지금이나 철학의 중요한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그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그 문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죽음을 생각하다 보면 삶을 생각하는 것과 맞닿아있다. 삶이 없다면 죽음은 없고 죽음이 없다면 삶이 소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제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고는 한다.
p.83.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죽음은 예측 불가능한 현상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아름다운 죽음'은 죽음의 그림자가 방문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그런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 <죽음의 에티켓>이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독일의 저널리스트 롤란트 슐츠에게 독일 저널리즘상을 수상하게 해준 아마존 TOP 100 스테디셀러<죽음의 에티켓>을 만나보았다.
p.31. 무엇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들이 해 주는 무엇이 얼마나 의미 없어 보이는지, 얼마나 위로가 안 되는지를요. 그래도 침묵만은 안 됩니다. 침묵 속으로 도망가지 마세요!
총 4개 파트로 이루어진 책은 파트 1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 죽어가고 있습니다에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파트 2 마침내 죽음이 왔습니다에서는 죽은 뒤에 나타나는 시반, 검안 등의 절차 등을 설명하면서 조금 더 사실적으로 죽음을 다루고 있다. 파트 3 살아남은 사람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와 파트 4 모두를 위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에서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조언들을 들려주고 있다.
p.218. 슬픔에는 유효기간이 없는 것입니다.
부제「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정말 섬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보통 '죽음'을 다루는 책들은 철학적 의미의 죽음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현실에서의 사실적인 죽음을 다루고 있다. 죽음에 이른 신체의 미세한 변화까지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심리적인, 정신적인 준비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준비도 정말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죽음에 다가갈수록 다가오는 신체 변화로 느낄 수 있는 두려움도 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p.203. 당신의 죽음 전에는 '조용하다'거나 '비었다'는 개념은 생명이 없는 단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조용함과 텅 빔의 생생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심리적인 면을 다룬 다른 책들과는 달리 죽음에 의한 신체적인 변화도 다루고 있어서 죽음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 폭넓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 책이 주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지혜를 통해서 죽음이 주는 우울함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주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신체적인 변화, 죽음 그리고 죽은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미리 알고 준비하고 싶다면 이 책<죽음의 에티켓>을 한번 만나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