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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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4. 언어에는, 자아처럼, 죽음을 감내할 가치가 있다.


PNBA 상 등의 상을 수상했고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의해 영화로 제작 중인 한 여인의 쓰라린 인생 이야기를 만나본다. 리디아 유크나비치<숨을 참던 나날>의 겉모습은 장편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앞표지에는 '리디아 유크나비치 에세이'라고 명시하여 저자의 자전적인 에세이임을 밝히고 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책의 두께가 엄청나다.(400여 페이지) 그런데 첫인상에서 느낀 '장편소설' 느낌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시지 않았다.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는데 책 속에 담긴 내용은 흥미로운 소설을 보는 듯하다.


어떻게……설마……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말이다.

p.143. 두려움과 분노 중에서 나는 분노를 택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리디아는 '수영'을 잘한다. 수영은 리디아에게 고통을 잊을 수 있는 피난처이자 자신의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이었다. 그 희망은 리디아를 대학이라는 탈출구로 안내해준다. 대학교 수영 대표 선수로 장학금을 받고 누군가로부터 벗어난다. 리디아가 벗어나려고 한 대상은 결코 벗어날 대상이 아니다. 보통은. 하지만 리디아에게는 피해야할 대상이었고 탈출해야 할 곳이었다. 시작부터 아프고 슬픈 이야기는 단번에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리디아의 입장이 된다면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떤 희망을 갖게 될까? 아마도 우리들도 리디아 못지않은 '일탈'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리디아의 일탈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남의 빈집에 몰래 들어가 사랑을 나누고 나온다. 무모하기만 한 리디아의 일탈은 이후로도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약물, 음주, 그리고 방탕한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p.169.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터놓고 말하게 된다.

       흰 페이지가 펼쳐 보이는 유연하고 광활한 세계다.

그런데, 리디아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탈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사랑'과 '배려'가 놓아버렸던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해준 것이다.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을 하며 어둠 속에서 조금씩 밝은 오늘로 나온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과의 만남이 리디아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꾼듯하다.

p.283.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 외에 무엇이 존재했거나, 글쓰기가 지금 내 옆에 있다.


리디아가 사랑하게 된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작가 켄 키지 와의 만남과 그녀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한 동기를 제공한 서울 출신의 작가 이창래 프린스턴대학교수와의 에피소드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세 번의 낙태와 세 번의 결혼 등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아픔과 슬픔을 떨쳐내고 관습을 벗어나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모습이 부럽다. 너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용기와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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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하지만……씨발……

저자의 솔직하고 개성 있는 글이 더욱더 이 책을 소설처럼 느끼게 한다. 그동안 만나왔던 슬림한 '이쁜'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에세이였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본 듯하다. 리디아의 극적인 삶은 소설 속에서도 만나기 힘든 정말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왜 내 삶은 이렇게도 불운할까 하고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우리는 참을 만 한 고통을 받고 있고 저자처럼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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