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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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3. 네가 하찮고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신의 전령이다.

<지혜의 서>라고 하면 '솔로몬의 지혜'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칼리 지브란의 에세이이다. 칼리 지브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하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설명하기 곤란한 인물이었다. 그런 칼릴 지브란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출간되었다는 『예언자』를 저술하여서 '20세기 단테'라 불리는 칼릴 지브란은 예술가이자 철학자 그리고 작가로 활동한 레바논 출신의 시인이었다. 이 책 속에서도 시인 칼릴 지브란을 만나볼 수 있다. 에세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시집 같은 아름다운 책이다.

책의 구성은 Part one.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시작으로 제자 알무타다가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Part one의  두 번째 이야기 '스승의 죽음'에서 알무타다는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라며 두 부류의 사람들을, 삶을 비교하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삶을 보여주고 있다. 칼릴 지브란의 놀라운 혜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P.100. 당신의 저지른 악행은 정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아내의 악행은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하는 남편은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동굴에서 살면서 벌거벗은 몸뚱이를 짐승 가죽으로 감추었던 멸종된 야만인과도 같은 사람입니다.

아내를 영원히 당신 편이라 생각하며 모든 생각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성실한 동반자입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새벽 일찍 일어나 정의와 이성과 지혜가 지배하는 세상을 향해 앞장서서 걷는 사람입니다.

20세기 초(1931년 사망)를 살았던 작가가 당시에 벌써 여성들의 인권과 가정 내에서의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 지금도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는데 100여 년 전에 벌써 인권에 대해 올바르게 인지하고 글로 표현한 선지자 칼릴 지브란의 철학적 메시지를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들로 만나 볼 수 있다.

Part two 에서는 20가지 키워드에 대해 철학적인 견해와 의미를 담아 들려주고 있다. 아름다운 글과 좋은 문장들을 모아놓은 듯한 Part two를 한 번 읽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성경이나 탈무드가 그러하듯이 자주 접해서 머리에 새기고 가슴으로 느끼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성과 지식의 관계는 육체와 영혼의 관계에 비유된다.(p.165) 칼릴 지브란은 '참여하는 지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언제나 깨어있으면서 사회 문제에 지식이 아니라 이성으로 참여하기를 말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들을 보이는 것이 아마도 지식만 있고 이성이 부족한 탓인 듯하여 칼릴 지브란의 이야기가 더욱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내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인간은 왜 파괴하는 것일까?"(p.249)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자연 보호를 한 세기 전에 벌써 이야기하고 있는 칼릴 지브란의 놀라운 이야기를 만나 보았다.
철학적인 메시지를 시적인 언어를 써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로렌스 알마 타데마 경의 그림이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필요한 지혜가 담긴 철학 에세이 <지혜의 서>는 20세기 초를 살았던 칼릴 지브란이 오늘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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