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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알고 있을 것이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1999년
『비밀』로
제 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그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1986년)』에
가가 교이치로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본 <기도의
막이 내릴 때>(2013년)까지
가가 형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캐릭터로
활약 중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에서
가가 형사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천부적인 추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작품의 가가 형사도 번뜩이는 추리 능력을
보여준다.
돌이켜
보면 사소한 실수를 수도 없이 저질러 왔다.
가가는
그 하나하나를 끌어모아 진실이라는 성을 쌓아 올린 것이다.(p.448) 또한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가가의 진한 인간적인 면과 타인을 배려하는 가가의 선의도 여전히 작품 속을 흐르고 있다.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본질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사람이나
땅이나.”(p.191)
다른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찾자면 가가 형사 분량을 위협할 정도로 등장하는 가가 형사와 성향이 비슷한 사촌동생 마쓰미야 형사의 등장 정도일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여전히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성에 가까운 가가 형사의 움직임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작은
반전들이 가가 형사의 예리한 추리를 통해서 탄생하고 소멸한다.
“얼마
전에 아는 간호사 분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그랬답니다,
저세상에서
자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육체 따위는 없어져도 좋다고요.
부모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켜도 좋은가봅니다.
히로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p.352
인간적인
선의를 가진 형사 가가를 통해서 작가는 다양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모성애(母性愛)와
부성애(父性愛)를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어머니‘모성애’로
시작하지만 사건의 끝은 아버지‘부성애’로
끝맺고 있다.
이
소설에는 가가의 어머니,
히로미의
어머니 그리고 마쓰미야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귀한
이름 ‘어머니’에
가장 어울리는 어머니는 누구의 어머니일까?
아니
가장 어울리지 않는 어머니는 누구의 어머니일까?
어머니가
등장했으니 이제 세 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아버지’로
바꾸어 해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에 일본의 사회 문제를 담기도 하는 데 이번에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이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아베
정권이 숨기려 하는 어둠에 조명탄을 터뜨린 것 같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언제나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추고 그 내면을 독자들 스스로 자신의 내면과 비교해 보게 하려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인가 하는 깊은 사유를 하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력을 느껴보기 바란다.
추리소설이 가진 모든 매력에 작가만이 가진 매력이 더해져 매력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