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 - Book of the Dead
뉴욕 타임스 지음, 윌리엄 맥도널드 엮음, 윤서연 외 옮김 / 인간희극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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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訃告, obituary) : 사람의 죽음을 알림. 또는 그런 글.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고, 바로 그 예견된 죽음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고뇌하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짧은 인생을 얼마나 열심히 남을 위해 사느냐에 따라 사회의 평가를 받게 되는 듯하다. 자기 욕심만 채우며 살다가 악명이 쌓여서 역사에 등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인류에 도움을 준 이들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일 것이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많은 이들의 죽음을 신문 지면에 실었던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를 모아 만든 흥미로운 책이 있어서 재미있게 만나보았다.

 

<뉴욕 타임스 부고 모음집>은 뉴욕 타임스가 부고 기사를 처음으로 실었던 168년 전부터 당시 기사 그대로 연대순으로 묶어 놓은 책이다. 이 책의 편저자 윌리엄 맥도널드1851년 창간된 뉴욕 타임스에서 2006년부터 부고 기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데 2000년에는 심층취재팀 일원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처음 책의 소개 글을 읽으면서 부고 기사가 문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아마도 국내 소식에 초점을 맞춘 국내 신문들의 부고 기사만을 접해보았던 까닭에 글로벌한 신문사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기 때문인듯하다.

책이 보여주고 있는 부고 기사는 한 사람의 삶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을 압축해서 짧게 보여주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얇지도 가볍지도 않다. 오히려 역사 속을 깊게 들여다보고 있고 당시의 시대상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왕족의 경우 그 혈통의 시작부터 그 인물을 섬세하게 비춰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만나보는 뉴욕 타임스의 부고 기사는 다분히 역사적 기록이라 볼 수 있겠다. 근현대사에서 접할 수 있었던 이름들을 정말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근현대사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책을 받자마자 처음 찾아보았던 우리나라 인물들의 부고 기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세계적인 외신이 평가하는 이승만, 박정희, 김일성 그리고 노무현을 만나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 있던 인물의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도, 알지 못했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모두 다 뜻깊은 경험이었다. 세계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흥미로움에서 선택했던 책이었지만 가벼운 흥미보다는 깊은 역사적인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깊이 있는 책이었다. 무언가 깊은 생각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 책의 문학적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니 뉴욕 타임스의 부고 기사는 다분히 문학적이다.

목차를 보고 떠오르는 세계적인 인물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고인(故人)이라면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예술을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함께 폭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주는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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