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별이 내리는 밤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418.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비는 별의 길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 겨울의 일주일』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던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메이브 빈치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본다. 이번 작품도 처음 만나보았던 작가의 작품처럼 따뜻하다. 정말 따스하다. 아픈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를 담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적을 행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 보니를 만나면 누구나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보니를 만나기 위해서는 <비와 별이 내리는 밤>에 들어가 안드레아스의 티베르나에 모인 네 명의 손님들을 먼저 만나 보니에 대해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 처음에 아기아안나에서 사고가 난 날 안드레아스의 티베르나에는 다섯 명이 모였었다. 다섯에서 넷으로 줄어드는 이야기 또한 이 소설 이야기 흐름의 큰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데 개인적으로는 한 명이 사라진 것이 정말 속이 후련했다.

p.43.삶은 그런 일상적인 선택에 의해 달라지고 파괴된다.

독일 국적의 글로 보아도 너무나 멋질 것 같은 아나운서 엘자, 영국 국적의 남에 대한 배려심이 넘치는 데이비드,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묘사되고 있는 교수 토머스 그리고 아일랜드인으로 간호사였다는 피오나까지 네 명의 여행자가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의 시작은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낸 유람선 화재이다. 항구에서 일어난 화재에 별 도움을 줄 수 없어서 마음만 아파하며 멀리서 바라보던 이들이 안드레아스의 티베르나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밤을 시작으로 이들은 자주 어울리며 서로의 일상에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 함께 들어서는 귀여운 '참견쟁이'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보니이다.

p.58.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타협이었다.

차분하고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마을의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모든 마을 일에 중심에 서있는 보니는 네 명 아니 다섯 명의 여행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돌직구처럼 강하게 던진다. 그런데 솔직한 돌직구에 반응하는 이들 다섯 여행자들의 반응이 다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별로 알지도 못하는 노인이 와서 참견을 하니 말이다. 누군가는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p.35."너무 적게 말하거나 너무 많이 말하게 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아요."

지혜로운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노망기가 좀 있으신가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그렇게 돌직구 던지시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보니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장면들을 들으면서 보니 할머니는 충분히 충고할 수 있었고, 또 꼭 충고해주어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p.123. "오,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요. 그들은 그런데 전문가인 것 같아요,"

보니가 다섯 명의 여행자에게 충분히 충고할만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 까닭은 단순하다. 그녀도 그 여행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과정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이었다. 경험했다고 해서 그 경험을 통해서 경험한 사람들 모두가 지혜를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니는 그 경험을 통해서 정말 엄청난 삶의 지혜를 얻었고 그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그리스의 작은 마을 아기아안나의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p.125. "많이 울고, 욱기도 해요. 그게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이니까요."

다섯 명의 여행자가 나누어 겪고 있는 삶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혼란을 보니 할머니는 살면서 혼자서 다 겪고 경험해보았다. 그러니 그들에게 충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도망치듯 숨어든 그리스의 작은 마을에서 네 명의 여행자는 보니라는 기적을 만나게 된다. 물론 그 기적을 싫어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하지만 보니가 보여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기적에 가까운 일들이 이야기를 너무나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이야기도,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성도 너무나 풍부하게 해준다. 물론 그 풍부한 이야기의 시작은 안드레아스 할아버지였다. 다섯 명의 여행자들에게 모두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라고, 유람선 사고와 상관없이 잘 있다고 연락하는 것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안드레아스의 따뜻함을 보니가 이어받아서 활활 불태우고 있다. 보니의 기적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보니 할머니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만나게 될 모든 이들에게도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