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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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3. 윌리엄 앨런 화이트가 말했다. "그가 가진 재능을 조금만 더 정직하게, 조금만 더 똑똑하게 사용했더라면……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Charlatan : (지식·기술이 있는 척하는) 사기꾼, 돌팔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돌팔이 의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논픽션 작품을 주로 써온 포프 브록이 20세기 미국의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존 R.브링클리를 주인공으로 너무나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위험한 사기꾼 브링클리와 그를 뒤쫓는 모리스 피시바인과의 흥미진진한 대결은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맷 데이먼의 역할은 브링클리가 될 것 같고 그렇다면 열정적으로 면허 없는 살인마를 뒤쫓는 피시바인의 역은 어떤 배우가 맞게 될까? 너무나 기다려지는 영화가 한 편 더 늘었다.


보통의 돌팔이들은 자신의 무지함을 숨기기 위해 작은 사기극을 벌이고는 그곳을 떠난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던 브링클리는 병원과 약국을 차리고 정착해서 사기를 친다. 그런데 그 사기극이 너무나 어이없고 또 이해하기도 힘든 의료 사기극이다. 인류가 지금까지도 바라는 꿈이 있다면 진시황도 이루지 못한 불로장생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남성들만의 꿈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브링클리는 남성들만의 꿈; 정력을 모티브로 한 말도 안되는 사기극으로 미국 의사들의 소득이 7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1930년대에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p.39. "당신은 정력 넘치는 남자다운 남자입니까?"

 

그렇다면 브링클리가 선택한 정력 회복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시대를 앞서간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지가 낳은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선택한 염소 고환 이식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염소의 고환을 사람의 음낭에 넣는 것만으로 발기 부전이 치료될지도 의문이지만 수술 자체가 너무나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람들이 얻으려했던 것은 무엇일까? 브링클리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광고를 통해서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 라디오를 통한 광고를 통해서 자신의 사기극을 확장시켜나가는 모습은 브링클리의 천부적인 사업자 기질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주인공의 사기극을 멈추기 위해 끝까지 추적하는 피시바인은 1912년 러시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의사의 길을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는 의학 전문학교에서 최소한의 교육만 받고 면허를 100달러에 산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가짜 의사 브링클리를 열정적으로 뒤쫓는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를 선택하지 않은 피시바인과 의대는 가보지도 않은 체 의사를 하고 있는 브링클리의 대결은 무언지 모르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는 계속된 둘의 긴장이 이야기를 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해준다. 사업가로서 브링클리는 성공적이었지만 의사로서는 최악이었다. 브링클리의 클리닉에서 수술 후 누워서 나온 사람이 42명이나 된다고 하니 말이다.  


수술이 잘못된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도 브링클리를 의사로서 찾아온 이들은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나는 괜찮을 것 같다는 요행을 바랐던 것일까? 무지가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돌리기에는 희생자가 너무 많고 브링클리의 사기극이 너무나 대담했다. 희대의 사기꾼 브링클리가 들려주는 영업 수완은 배워도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가짜 의술은 버려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파악하고 심리적으로 접근할 줄 알았던 브링클리가 조금만 더 선한 사람이었다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축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안전하게.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보여주는 브링클리의 뻔뻔함은 공상허언증 환자처럼 자신의 거짓말을 확고하게 믿는 듯하다. 즉 피시바인에게는 사기일지 몰라도 브링클리 자신에게는 절대로 사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브링클리가 벌인 사업이 정말 사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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