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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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는『나미야잡화점』『라플라스 시리즈』 『매스커레드 시리즈』등 너무나 많은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들을 발표하며 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제134회 나오키상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런 작가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캐릭터를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만나보았다. 총 10권의『가가 형사 시리즈』중 한 권이다.

 

본문에 들어가 전 이 책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를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그가 형사가 된 까닭부터 그의 성격까지 섬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가가 형사는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뛰어난 형사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가 형사의 가장 특별한 성격으로 묘사된 한 가지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이다. 차가운 이성과 지성으로 뛰어난 추리를 하는 형사 가가에게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 시리즈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누이동생 소노코를 잃은 오빠 야스마사의 복수를 감지하고 그를 막기 위해 인간적으로 다가서려 노력하는 가가의 모습에서 차가운 형사보다는 따뜻한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도쿄에 혼자 사는 누이동생 소노코의 평상시와는 다른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다. 단 하나뿐인 가족인 여동생과의 심상치 않은 통화는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인 오빠 야스마사를 도쿄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야스마사는 동생의 자살 현장에 최초 목격자가 된다. 그런데 동생의 자살 현장을 처음 발견한 야스마사는 동생의 타살을 확신하고 이상한 행동을 취한다. 증거 인멸. 아니 형사들이 타살의 중요 증거를 찾기 전에 자신이 챙긴다. 경찰인 자신이 직접 범인을 잡겠다는 야스마사의 분투는 그렇게 시작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형사들은 자살에 무게를 두게 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빠 야스마사의 증언 한마디가 현장을 밀실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쯤 등장하나 기대하며 기다리던 가가 형사가 등장한다. 그것도 자살에 의심을 품고, 오빠 야스마사의 행적을 뒤따르면서. 증거를 숨기려 하는 야스마사와 찾으려 하는 가가 형사의 신경전이 잔잔한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잔잔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야스마사가 범인의 윤곽을 잡으면서 급하게 흘러가게 된다. 그런데 그 급물살은 두 갈래의 물길에서 표류하게 된다. p.187.야스마사는 확신했다. 그 둘 중 누군가 소노코를 죽였다ㅡ. 즉 두 명 중 한 명이 범인이라는 것인데 어느 쪽이 범인인지 밝혀내려는 야스마사 앞에 자꾸만 가가 형사가 나타난다. 야스마사 자신의 추리에 조금씩 다가오는 가가 형사 탓에 마음이 바빠진 야스마사는 범인을 특정 짓기 위해 위험한 방법을 시도한다.

 

가가 형사는 무언가를 숨기고,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소노코의 오빠 야스마사를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그의 범인 추적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그 와중에서도 정말 날카로운 추리력을 보여준다. 야스마사가 가진 증거들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작은 정말 사소한 것들을 통해서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고 있는 형사 가가와 끝까지 야스마사에게 인간적인 배려를 잃지 않는 가가의 인간적인 모습은 가가가 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책장을 덮으며 범인은 누구라는 거야?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맡나? 싶게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이 책에는 이야기 끝에 '추리 안내서'라는 흥미로운 부록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추리 안내서가 더욱 흥미로운 까닭은 봉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봉인 해설. 본문을 읽기 전에는 개봉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봉인 해설의 내용을 읽고 나면 왜 본문을 다 읽고 개봉하라고 하였는지 알 수 있다. 미스터리 작품의 평론가 니시가미 신타의 해설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거기에 진짜 범인을 알려주고 있다. 자 이제 당신이 진짜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 당신의 추리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면 범인을 봉인 해설서에 숨겨놓고 알려주지 않는 추리 소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만나보기 바란다. 물론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이들이라면 추리해설서를 읽기 전에 범인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두 명의 범인 중 진범 한 명을 찾는 즐거움은 범인을 추리하는 즐거움보다 더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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