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5. 칸트적인 의미의 '비판'이란 정초이고, 정초란 특정 사실에 대해 보편적 타당성을 주장할 범위를 설정해주는 일이다.
철학은 어렵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철학은 정말 어렵다. '죽은 칸트가 살아있는 나를 죽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철학은 쉽지 않다. 그런 어려운 철학의 대표 선수 칸트의 사상을 처음으로 만나본다. 건축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 철학 책이라면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몇 권이 전부였다. 그러니 철학은 딴 나라 이야기였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도 없는 분야였다. 그런데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다섯 번째 책<왜 칸트인가>에서 철학이 주는 즐거움을, 깊은 사유가 주는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칸트를 제대로 알 수는 없겠지만 철학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만나볼 가치는 충분했다.
<왜 칸트인가>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김상환 교수의 강의가 바탕이 된 책이다. 서울대 철학 입문 강의에서 칸트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칸트 철학과 칸트 철학이 이룬 혁신적인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철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저자를 통해서 철학의 진정한 매력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철학을 지식으로 배우려 했기 때문에 철학이 어려웠던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생각하기'를 배우듯 철학을 접한다면 철학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칸트 철학은 우리들의 '생각하기'를 도와줄 정말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칸트 철학을 조금씩 보여주며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이 책은 더욱 소중한 선물이다.
철학은 왜 칸트 철학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일까? 인류 정신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 칸트의 3대 비판서인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을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이해를 돕는 그림들과 함께 만나본다. 1부에서는「순수이성비판」을, 2부에서는 실천이성비판」을 그리고 3부와 4부에서는「판단력비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며 '역시 철학은 어려워'하던 느낌은 조금 뒤 저자가 보여주는 예시를 만나면서 어쩌면 쉽게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자는 칸트 철학을 컴퓨터의 기능이나 구조에 비유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철학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좋았다. 역시 명강은 명강이다. 듣는 이가 또 읽은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서가명강의 명강의가 좋은 책의 토대를 제대로 쌓고있는 것 같다. 여섯 번째 서가명강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왜 칸트인가>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철학을 만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이 책을 다시 한번 만나 '생각하기'의 즐거움을 꼭 다시 느껴보고 싶다.
서가명강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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