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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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 내 아들이 아니다.


p.122. "마리는 죽지 않아. 내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2019년 스릴러 최대 화제작,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쇼생크 탈출, 미저리로 너무나 유명한 스티븐 킹의 '강력'추천 등의 문구를 그저 그런 출판사의 홍보 문구로 치부하고 C.J.튜더의 장편 소설 <애니가 돌아왔다>를 만나 보았다. 소설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유명 작가들이 '강력'추천한다는 문구가 홍보문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책의 띠지에 인쇄된 문구는 출판사의 과장된 홍보문구가 아니라 이 소설을 제대로 표현한 진실이었다.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은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무서운 스릴러에 몽롱한 환상 속에 빠지게 만드는 판타지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정말 맛깔나는 대화까지 단 한 줄의 문장도 버릴 수가 없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정말 특별한 매력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는 환상적인 작품이다. 그 첫 번째 매력은 작가가 구사하는 문장이 신기할 정도로 재미나다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 듯하면서 거짓이라 말하고, 거짓을 말하고 있는 듯하면서 진실이라 말하고 있다. 그 문장들이 너무나 위트가 넘쳐서 스릴러라기 보다 로맨틱 코미디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말장난처럼 이어지는 데 재미난 문장들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p.35. 나는 사실 운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에 입력된 어떤 것들은 믿는다.


p.85.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악몽을 꾼다.


p.92.'미식가를 위한' 흥미진진한 신메뉴도 있다.

사실 이 모든 게 거짓말이다.

폭스는 내가 맨 마지막으로 왔던 25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이 스릴러의 또 다른 매력은 전혀 주인공 같지 않은 색다른 유형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주인공 손은 반 알코올 중독에 도박으로 큰 빚을 지고 있다. 물론 이런 형사나 탐정들은 조금 만나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손은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물론 한때의 잘 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이라면 어디선가 만나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 손은 반성은커녕 자신의 여동생의 죽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노름빚을 갚으려고 한다. 그것도 25년 전 사건으로. 하지만 선생님으로서의 손은 약한 학생을 보호해 주려는 정의로운 선생님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인간으로서의 손은 구제불능일듯하다.


정말 재미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 손은 말투 또한 재미나다. 그 재미난 말투로 깊은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니 미워할 수도 없는 참 희한한 인물이다. 여기에 이 소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마치 심리학 책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위트 넘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빛 하나 없는 캄캄한 동굴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게 만든다. 삶을 생각하며 깊은 사유에 빠져들게 하다가 갑자기 술에 취한 주인공 손을 만나게 한다. 정말 작은 반전들이 계속 이어진다.


p.108. 자아는 구조물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해체하고 다시 만들고 새로운 나를 으리으리하게 꾸밀 수 있다.


p.302. 상심은 개인의 몫이다. 상자에 든 초콜릿처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다.


p.407. 거짓말이었지.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건 없다.거짓말은 절대 검은색 아니면 흰색이 아니다. 전부 회색이다. 진실을 가리는 안개다. 가끔은 그 안개가 너무 짙어서 우리 자신조차 진실을 볼 수가 없다.


아마도 이 소설이 가진 많은 매력들 중에 가장 큰 매력은 반전일 것이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결말에 다가올수록 속도를 줄이는 듯하다. 그러다가 다시 속도를 낸다. 그런 속도 조절을 반전이 하고 있다. 이야기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이나 인물들이 거의 모두 반전을 안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본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흥미로운 매력들이 차고 넘치니 당연히 소설은 놀랍도록 흥미진진하고 재미나다. 스릴러를 보고 있는 데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재미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포에 무뎌진 탓도 있겠지만 이 소설을 접해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 웃음 지을 수 있게 만드는 묘한 책이다. 손의 실종됐던 여동생 애니가 48시간 뒤에 돌아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25년 뒤 또다시 발생한다. 시골 마을 안힐에서. 그리고 주인공이 그곳 고향으로 돌아온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아마 영화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려 영화로 만나보기에는 너무나 굉장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지금 바로 만나야 할 작품이다.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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