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p.261. 재미있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이 살아온 삶이 개인마다 다르고 현재 마주한 상황이 다르니 죽음이라는 그림자도 각자 다른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데스 미션>에 등장하는 두 인물이 시한부 판정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정말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무언지 모를 묵직함으로 먹먹하기만 하다. 죽음 자체가 가지는 먹먹함이 두 주인공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 무게감을 더해가는 듯하다. 자신의 고통의 시작점을 찾아 그 고통을 해소하려 하는 사카키와 형사로서의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 하는  아오이를 보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죽음의 시간을 살아온 시간에 대한 후회와 함께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죽음의 시간까지 남은 날들의 소중함과 함께 하는 것이 맞을까?

 

죽음을 생각하면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 하는 형사 아오이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이다. 자신이 가고 나면 아직은 홀로 서지 못한 딸과 고등학생 아들 남매만이 남게 되는 상황에서 아이들과의 시간보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는 형사 아오이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오이가 소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도 죽음의 순간까지 사건만을 생각한다는 것은 이별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남매에게는 아픔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말 이기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그런 형사 아오이를 미워할 수가 없다. 아니 존경스럽다. 아버지로서는 아니지만 형사 아오이로서는 정말 존경스럽다.

 

p.117. 죽음은 두려운 게 아니다. 자신은 눈앞에 죽음이 닥쳤기에,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였기에 비로소 이 세상의 진정한 기쁨과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결말에서 마주하게 되는 살인마 사카키의 아픈 과거는 정말 책장을 덮고 싶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존재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아마 사카키가 그런 기억을 안고 살아갔다면 죽음의 순간이 더 빨리 찾아왔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카키는 어린 시절 그 기억을 잊고 살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야만 살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평온하게 살아온 날들이 시한부라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어두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르면서 무너져내린다. 그래서 사카키는 다가온 죽음의 순간 어린 날의 자신에게 고통을 없애 주기 위해 고향으로 향한다. 그런데 다시 찾은 고향은 어머니 품속같이 따뜻해야 할 고향은 차갑고 음침하기만 하다. 사카키에게 고향이 왜 어둡고 음침했는지는 결말 속 한 장면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p.31.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 있다 보면 신이치가 언제 기억을 되찾을지 몰라 두려웠다. 그때 그런 일이 없었다면…….

 

첫사랑과의 재회 그리고 다시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 사카키. 얼마나 원했었던 만남이었을까? 하지만 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니 그의 시한부 판정을 알지 못했다면 아니 그의 간호를 위해 그의 집에 들어가서 함께 살지 않았다면 그와의 아픈 추억은 되살아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스미노는 너무나 안타까운 캐릭터이다. 어린 시절 너무나 큰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온 날들의 결말이 그 어린 날의 아픔으로 다시 돌아가버린다면 어떨까? 너무나 놀라운 결말에 충격 속에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스미노의 운명은, 삶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들 보다 더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 시한부를 판정받은 두 말기 암 환자들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이다. 형사와 연쇄 살인마의 대결 구도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범인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까닭에 극적인  긴장감이 반감될 수도 있을 텐데 이 소설은 끝까지 긴장감의 연속이다. 아마도 두 주인공의 심리적인 흐름을 너무나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범인 사카키의 살인에는 별다른 이유나 까닭이 없다. 그렇다고 일정한 패턴이 없는 가하면 그건 아니다. 갑자기 죽음의 고통보다 더한 살인에 대한 욕구가 솟구쳐서 살인을 저지른다. 그래도 살인에대한 원인이 부족하다. 왜? 사카키는 살인의 욕구를 뿌리치지 못하는지,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자신도 너무나 사랑하는 스미노에게도 살의를 느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말에 한 장면을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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