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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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시카고 국제영화제 골든휴고상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헝가리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가르도시 피테르의 첫 장편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 새벽의 열기의 원작 소설이다.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이 더 깊고, 울림이 더 큰 까닭은 저자의 부모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가느다란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25살의 젊은이 미클로스와 릴리의 순수한 사랑이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영화감독이라는 저자의 직업에서 나오는 간결하고 위트 있는 문장과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묘사한 장면들이 소설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새벽의 열기>라는 제목은 25살 청년 미클로스가 앓고 있는 난치병 결핵이 새벽마다 38.2라는 신열을 주는 것에서 찾은 듯하다. 이야기는 주인공 미클로스가 신열의 원인으로 인해 6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신열은 주인공에게 가끔은 죽음의 신호로 또 가끔은 살아있다는 증거로 찾아온다. 인간으로서 절대로 격지 말았어야할 홀로코스트를 경험하고 겨우 목숨을 건진 젊은 헝가리 청년에게 시한부 판정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홀로코스트라는 지옥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25살의 젊은이에게 6개월 시한부 판정은 너무나도 억울했을 텐데 하물며 간신히 피한 죽음의 그림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니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만약 나였다면 슬픔에 취해 자포자기 하였을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 미클로스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는커녕 살아있는 동안 헝가리 여인을 만나 결혼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6개월이면 죽는데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게 조금은 이기적인 듯했다. 그것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아이가 생길지도 모르는 데 아버지 없이, 아버지 얼굴도 모른 첸 힘들게 살아갈 아이를 생각하면 미클로스의 결혼은 말리고 싶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이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슬픔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혈육 간의 사랑은 이별로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주인공의 열정에 답한 릴리와의 사랑은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6개월간 이어진다.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편지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것도 저자의 아버지가 죽은 후 어머니에게 전해 받은 편지 꾸러미를 읽고 나서라고 하니 이 소설에서 편지는 두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고 다시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고 있는 것 같다. 6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젊은이 미클로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득 담은 편지는 순수하기만 한 두 남녀의 사랑이 커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p.167. 그러나 그들은 어떤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때도, 그리고 나중에도.

  

그런데 이 소설이 두 남녀가 속삭이는 사랑 편지만을 담고 있었다면 감동적이지도 흥미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홀로코스트로 인해 망가진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스웨덴의 수용소에 자유를 저당 잡힌 젊은이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있어서, 또 특색 있는 다른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갈등이 있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미클로스와 릴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미클로스와 릴리가 끝까지 말하지 않았던 감추고 싶은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헝가리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두 남녀의 러브레터 속에서 삶의 열정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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