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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양장) ㅣ 새움 세계문학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그리하여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 (p.522)
「타임」 「뉴스위크」 가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 명저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를 처음으로 만나보았다. 1925년에 출판된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재탄생되었을 만큼 제목처럼 ‘위대한’ 고전이 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고전으로 소개되어왔고 그동안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유명한 평론가들의 서평을 읽어봐도 개츠비가 왜 위대한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옮긴이 이정서의 도움으로 어렴풋하게나마 개츠비가 왜 위대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를 통해서 역자의 역량과 확고한 주관을 만나보았기에 다시 한번 그의 고집스러운 직역을 따라 <위대한 개츠비>를 만나본 것이다.
1920년대 미국 경제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변화와 번영에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부를 이루었지만 농촌은 그런 발전과 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여전히 피폐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부의 편중이 결국은 한 사람의 숭고한 사랑을 짓밟고 그 사람의 삶마저 망가지게 한 과정을 담고 있다. 가난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개츠비. 그런데 작가 피츠제럴드도 가난 때문에 약혼했던 여인과 헤어졌다고 한다. 물론 개츠비와는 달리 작가는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이제는 결혼이 사랑의 결실인지 의문인 세상이 왔지만 그 당시에는 아마도 사랑하면 결혼하는 것이 진리였을 것이다. 그런 사랑의 결실을 위해 개츠비는 데이지를 기다리며 매일 밤 파티를 연다. 그리고 결국 그녀를 만나고 그녀도 자신처럼 5년 전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비도덕적, 비이성적인 인간들이 참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그들의 개성 있는 역할이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듯하다. 특색 있는 등장인물들이 영화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된듯하다. 그런데 도무지 데이지의 남편 톰은 정이 가지 않는다. 물론 개츠비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데이지 역시 도덕도 이성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나마 부유한 인간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중간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닉이 도덕적이고 이성적이었다. 닉과 썸을 타던 조던도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서 안타까웠다. 닉의 사랑만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랐는데. 외도를 바라보는 사람과 외도 속에 들어간 인간의 심리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파티에 참석했던 그 많던 인간들은 개츠비가 그들을 필요로 할 때 나타나줄까?
p.538. 역자 노트 9.
“three man, each one introduced to us as Mr. Mumble.” 속의 ‘Mr. Mumble’을 ‘멈블 씨’라고 번역하고 있는 책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Mr. Mumble’은 특정한 멈블 씨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의미에서 ‘아무개 씨’ 정도로 쓰인 것입니다.
세 남자의 성은 같았는데, 모두 ‘멈블’ 이었다(김영하 역)
각자 아무개 씨라고 우리에게 소개한 세 청년(이정서 역)
<위대한 개츠비>는 그야말로 위대한 문장들이 화려한 파티를 열고 있는 듯한 작품이다. 그러니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화려한 문장들이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생각하며 느끼며 읽어야 하는 즐거운 고통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런 고전 작품을 기존의 번역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번역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이 책에는 원문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한 페이지에는 영문이, 바로 옆 페이지에는 해당 영문의 번역이 자리하고 있다. 영어 표현과 우리말 표현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는 상상외로 크다. 그런 재미는 역자 이정서가 들려주는 역자 노트에서 극에 달한다. 기존의 번역의 오류를 자신 있게 지적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처음 접하는 작품이라 다 읽은 다음 다시 한번 작품을 감상하듯 역자 노트를 접했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작품<위대한 개츠비>를 보는 즐거움에 역자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더해져 읽는 내내 행복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