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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평점 :
p.128. 배웅불 - 오봉에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의미로 피우는 불
2018년 15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품 <배웅불>을 만나본다. 2014년 신초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 다카하시 히로키의 소설로 아름다운 일본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잔잔하게 그려지는 시골 풍경 속에서 마주하는 학교폭력이나 왕따라는 사회문제는 더욱더 슬프고 아프게 다가선다. 학급 인원이 적어 내년에는 다른 학교와 통합되는 조그마한 시골학교에서 벌어지는 장난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일상을 담고 있다.
도쿄에서 시골학교로 전학 온 중학교 3학년 아유무가 주인공이다. 아유무는 아버지의 직업 관계로 많은 전학을 다녀 새로운 곳에 적응을 나름 잘하는 평범한 아이이다. 그런 평범한 아이 아유무는 학급의 중심인 아키라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아이들과 화투 패를 이용한 게임을 하게 된다. 장난 같은 벌칙이 뒤따르는 게임은 언제나 미노루라는 아이가 지고 벌칙을 도맡는다. 약간 통통하고 심약해 보이는 미노루에게 가해지는 벌칙이 점점 장난을 넘어서지만 평범한 아이 아유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사 온 집 창고의 농기구에 적힌 문구 ‘풍요로운 침묵’처럼 침묵한다. 그런데 그 침묵은 졸업을 앞둔 아유무에게 엄청난 사건을 겪게 한다.
학교폭력이나 왕따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 학생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심리적인 고통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어진다. 요즘 우리 연예계에 불거지고 있는 ‘학투’도 피해자들이 참고 견디던 고통을 표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은 왕따나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현장에 함께 있던 아유무와 같은 평범한 학생들 즉 가해자의 잘못된 행동에 침묵한 다수의 방관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즉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가 피해자가 아니면 되고, 난 폭력을 가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는 우리 사회 다수의 방관자들에게 작가는 정말 섬뜩하리만큼 놀라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단 아이들의 세상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세상에도 존재하는 다수의 방관자들이 아유무를 접하게 된다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절대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고 그 자리를 빨리 피하라 가르치고 있는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나 강렬해서 책장을 쉽사리 덮지 못하게 하는 진한 여운이 남는 <배웅불>을 나와 같은 많은 방관자들에게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