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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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5월에 어느 사람은 말했다.

일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제대로 된 가정을 가지고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2006서점대상을 수상한 <도쿄 타워>를 만나보았다. 10여 년 전의 수상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소설을 읽게 했다. 작가 릴리 프랭키의 필명이 이야기 속에도 등장해서 이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 속의 주인공 마사야의 직업이 점점 궁금해졌다. 일러스트레이터 같았는데 엄니의 주검을 앞에 두고 마감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쓴다. 도대체 직업이 무얼까? 하는 궁금증은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해소되었다. 이 책의 저자 릴리 프랭키의 직업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음악, 배우, 사진가, 소설가, 디자이너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재능을 펼치고 있다. 정말 작가가 가진 재능도 부럽지만 자유롭게 사는 릴리 프랭키가 부러웠다.

 

p.231. 막연한 자유만큼 부자유한 것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온갖 자유에 꽁꽁 묶여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뒤였다.

 

이 책은 자유롭게 살던 작가가 엄니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느낀 감정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고 있다. 어떤 철학적인 메시지도 사회적인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니를 통해서, 엄니가 살아온 삶을 통해서 힘차고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5월에 어느 사람은 말했다어느 사람은 세상의 모든 엄니들이 아닐까?

 

p.64. 자신이 창피를 당하는 건 괜찮지만 남에게 창피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엄니의 예의범절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어린 주인공 마사야의 성장 이야기와 어른이 된 주인공 마사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더 가슴에 와닿는다. 어린 마사야와 어른이 된 마사야가 엄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시간들이 만들어낸 추억들이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나게 때로는 너무나 슬프게 만들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추억들과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울고 웃으면서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p.98 ~ 99. 어린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중략)

그들에겐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중략)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엄니와 함께 살면서 아주 가끔 보는 아버지에게는 정이 없던 마사야는 언젠가는 자신의 부모가 다시 함께 살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엄니의 고향인 탄광촌 치쿠호에 살던 때도, 아버지와 자신의 고향인 고쿠라에 살 때도 그리고 도쿄 타워를 바라보며 살면서도 자신의 부모는 수십 년간 별거를 하고 있지만 이혼은 하지 않고 있으니 다시 세 가족이 함께 할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엄니와 아버지의 별거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런데 작가는 친절하게도 이야기의 도입부에 원인을 들려준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보이는 릴리 프랭키답지 않다고 생각될 때쯤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진실이 평범한 자서전 같았던 소설에 사회성을 부여한다. 왜 마사야의 부모는 오랜 세월 별거를 하게 되었을까?

 

p.455. 희망사항이던 언젠가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다가오지 않지만, 몹시도 두려워하던 언젠가는 돌연히 찾아왔다.

 

아마도 이 소설은 엄니, 고맙습니다.’(p.455)라는 말을 해드리지 못했던 한 아들의 후회와 아쉬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 동감하는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전화도 자주 드리지 않는 내게서 마사야의 후회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어머님의 사랑을, 마사야와 마사야의 엄니를 통해서 눈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끼게 해주는 보석보다 더 빛나는 작품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벌써 빛나는 <도쿄 타워>는 부모님께 향하는 사랑의 발걸음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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