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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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시민들은 로마가 제정이 되면서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과거에는 정치와 군사의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오매불망 오직 두 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 - 로마 시인 유웨날리스


역사를 접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 속 유적지나 유물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책으로 역사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역사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로마제국을 다룬 역사 책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정말 많은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만큼 로마제국의 역사는 너무나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품고 있다. 이번에 로마의 역사를 건축과 토목을 중심으로 들여다본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책 <빵과 서커스>를 만나 보았다. 저자는 일본의 유명 토목기술사 니카가와 요시타카인데 이미 저자는 고대 로마사를 수도, 도로, 오락과 휴식이라는 관점으로 여러 책들을 출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이 책은 일본에 출간된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우리나라 출판을 목표로 저술한 책을 번역해서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판한 것이다. 이제 판권이 일본으로 역수출할 일만 남아 있는 책이다.

 

건축물이나 유적지나 유물을 중심으로 서술하던 기존의 역사서들도 그 유물이나 유적이 주인공이 나니라 결국은 어느 황제 때 만들어졌는지가 주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유물이, 유적이 중심이 된다. 황제의 연대순이 아니라 유적이 분포하는 광범위한 지역들을 차례로 짚어보며 고대 로마사를 전천후로 헤집고 다닌다. 유적 여행은 도시의 성곽을 시작으로 상, 하수도 , 도로를 지나 공공 욕장, 원형 극장, 콜로세움 등 로마의 건축 토목에 관련된 유적들은 거의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로마의 수많은 황제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로마로 뻗은 도로와 수도가 주인공인 매력적인 책이다.

고대 로마의 수도 시설은 서양 건축사 시간에 접해본 적이 있고 그때도 감탄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만나 본 로마의 상, 하수도 시설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고대의 기술로 그 먼 거리를 물을 끌어오기 위한 로마인들의 노력과 기술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로마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고대 로마의 발전된 시설물들은 로마 시민을 위한 위정자들의 배려라기보다는 통치를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 것을 무료로 제공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다양한 오락거리를 제공해 주는 듯했다. 하지만 로마 시민들보다 더 목욕이나 전차 경기 등에 빠져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황제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아이러니했다.

 

건축이나 토목에 관한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술 이야기들이 고대 로마의 황제들과 시민들을 만나 로마의 역사가 되니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 매력에 많은 사진들이 더해져서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다양한 시설들의 유적과 유물들을 많은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로마 유적지 순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서커스(circus)의 어원인 전차 경주'키르쿠스(circus)' 와 오늘날 프랑스의 남성용 공공 화장실 '베스파시엔느(vespasiennes)'로 불리게 된 황제 웨스파시아누스(Vespasianus)의 사연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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